"경선은 무슨 경선이야" 한나라당 경북지역 당선자들은 28일 오전 포항의 한 호텔에서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머리를 맞댔다. 차기 도지부장 선출 등 지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5월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다 총선 이후 첫 보직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인지 의원들의 눈빛은 평소와는 달랐다. 많은 의원들이 자리욕심이 있는 만큼 치열한 '눈치 작전'이 오갔고 어색한 분위기도 계속 됐다. 하지만 첫 목소리가 터지자 상황은 달라졌다.
"당내 민주화의 선두에 서는 입장에서 우리도 경선으로 지부장을 뽑자"는 임인배 의원의 발언이 신호탄이었다.
임 의원의 주장이 나오자 약속이나 한 듯 "경선은 자칫 내분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반대주장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임 의원과 권오을 의원 등 소장파들의 '경선론'이 계속됐고 1시간여 간의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재선의원들만 모인 채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또다시 30여분간 격론은 이어졌다. 주진우 의원이 "경선은 무슨 경선이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려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결국 '추대'로 이상배 의원을 지부장으로 뽑기로 결정했다.
"경선을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 회의장을 빠져나온 임 의원은 허탈한 듯 혼잣말을 했다. 당규에도 지부장은 대의원 대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단지 보스정치가 뿌리내린 정치 현실상 상명하달식으로 당직이 부여돼 왔고 지금껏 그것이 관례로 여겨져 온 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평소 '희망의 정치'를 펴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그러나 실천은 멀어 보인다. 의원들은 자신들이 요구했고 또 지켜야 할 룰을 어기고 있다. 지구당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의 정치. 그러나 20년전 단독 출마한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던 시절과 달라보이는 것이 없다. 기본 룰이 지켜지지 않는 한 밀실과 야합 정치를 비난하는 몫을 국민들은 계속 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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