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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에 종합사회복지관이 생겼다. 조금 외지긴 해도 자전거길만 제대로 놓으면 규모도 제법 크고 수영장도 있는, 꽤 괜찮은 공간이다. 청소년수련관이 예술극장과 한 건물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인근 중고등학교 연극반 아이들이 좋아하겠구나!"순간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이게 아닐텐데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이 이 지역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로 존재할 것인가? 장성하면 대부분 제 살길을 찾아 떠날텐데, 그들에게 이 공간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공간의 운영은 군(郡)에서 맡기로 했단다. 전문성을 고려한다면 프로그램 노하우가 축적된 민간 청소년단체에 위탁하는 것이 옳겠지만 군이 직영하기로 한 배경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조조정이라는 과제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는 이들이, 군으로서는 처음이요 또 적지 않은 덩치의 종합사회복지관을 문제없이 끌고갈 것인가. 이 일을 맡게 된 공무원들의 심정은 실로 안개 속에 들어온 듯 갈피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다른 지역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기초로 일단 문제없는 수준에서의 운영을 목표로 하리라. 청소년 어울마당이라는 행사가 댄싱경연대회 일색이듯 청소년수련관 역시 무섭게 변화해 가는 청소년들의 뒤만 겨우 쫓아가는 프로그램 운영을 할 가능성이 많다. 마을 청소년수련관의 운영방향은 그 마을 고유의 청소년 정책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 마을 특유의 청소년 정책이 없다면 수련관이 그 정책을 구상하고 그 맥을 같이 해내야 한다.

최근 칠곡군은 구상문학관 건립,화가 이쾌대 재조명 등 예술혼을 지닌 마을로 스스로를 돌아보려 하고 있다. 차제에 칠곡군은 청소년들을 예술가로 키워내기로 작정하면 어떨까. 칠곡군이 전원도시를 지향한다면 전원도시가 창출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도 생각해야할 것이다. 강변에 살며 친환경적인 정서를 지닌 청소년들이 그 정서를 예술적 창조성으로 전환시켜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자. 아름다움에 대한 예민한 감성과 상상력으로 충만한 청소년기를 보내도록 돕는 지방자치단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성진(마임 연기자,왜관 YMCA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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