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알레르기

중견 기업체 김 이사는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조금만 찬바람을 쐬면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쏟아진다. 하루 휴지 한통이 모자랄 정도로 연신 코를 풀어 대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코를 풀며 '팽'하는 소리를 낼 때마다 부하 직원들의 따가운 눈총이 느껴지지만, 어쩌겠는가? 하루 하루가 고역이다.

알레르기는 목숨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치료하지 않아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질병이다.

◇알레르기는 면역반응이 지나쳐 생기는 것

인체에는 외부 또는 내부 침입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면역체계란 것이 있다. 이 면역반응이 떨어지면 여러가지 병에 걸리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알레르기다. 체질이 허약하거나 면역이 떨어져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면역이 지나쳐 생기는 것이다.

예컨대 봄철 꽃가루는 체내로 들어와도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면역반응이 일어나 기관지천식, 비염, 결막염이 생긴다.

알레르기는 원인물질이 인체에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 오는가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뉜다. 호흡기를 통해 공기와 함께 들어오는 호흡기 알레르기(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음식물이나 약물을 먹어서 발생하는 음식물·약물 알레르기, 접촉성 피부염이나 두드러기, 아토피 피부염 같이 접촉해서 생기는 피부 알레르기, 벌이나 개미 등에 쏘였을 때 나타나는 벌독·개미독 알레르기 등이 그것이다. ◇알레르기 체질은 바꿀 수 있나?

알레르기 질환이 잘 발생하는 사람을 알레르기 체질 혹은 아토피라고 한다. 이 체질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물려 받는다. 유전에는 부계보다는 모계 쪽이 훨씬 영향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체질'은 한방에서 말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일부에서는 알레르기 체질은 산성이므로 알칼리성으로 바꾸면 근본 치료가 된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알레르기는 산성 체질 여부와는 무관하다. 알레르기 환자들의 혈액도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pH7.4로 약알칼리성을 유지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알레르기 체질을 개선하는 방법은 면역요법밖에 없다. '알레르겐'이라 불리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밝혀내 소량부터 점차 양을 높여가며 주사, 차후 그 물질에 다시 노출돼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어나지 않도록하는 방법이다. ◇알레르기 예방은 뱃속에서부터

뉴기니 원주민들 사이에는 천식이 드물었다. 그런데 백인들이 이주하고 난 다음 침대와 카펫 사용이 늘면서 천식이 급격히 발생했다. 아토피성 체질을 갖고 있다고 해서 다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얘기.

어떻게 하면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까.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으면 뱃속 태아 시절부터 예방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집안에 알레르기 소인이 있는 산모는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한다. 유발 물질을 자꾸 먹으면 태아가 이 질환에 취약해지기 때문. 방부제나 인공 감미료, 식용 색소가 든 인스턴트 식품은 피해야 한다.

이런 아기에 대해서는 또 태어난 뒤 첫해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가능하면 모유로 키워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유로 키운 어린이가 알레르기 질환에 더 잘 걸린다. 알레르겐이나 담배 연기에 많이 노출되면, 크면서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하고 침대나 카펫 등을 두지 말자. 인스턴트 식품을 가급적 먹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글 이종균기자

도움말 이종명 교수

(경북대병원 알레르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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