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TO 출범 6년…쌀농사 현주소

WTO 체제가 본격 출범한 95년부터 빗장을 조금씩 연 농산물 시장.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견돼 온 쌀. 그래서 '우린 이제 망했다'며 절망했던 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쌀 농사 재배 농가들. 그렇게 흘러간 6년, 우리의 현주소는?그러나 아직은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 수매 물량이 남아 돌고 있고 경작면적도 지속적으로 증대되는 등 오히려 역풍이 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위협적 WTO체제 출범=95년 WTO체제 본격 돌입에 따라 재협상이 벌어지는 2004년까지 1%에서 4%까지 단계적으로 쌀 시장 의무 개방을 해 오고 있다. 국내 감축대상보조금(양특자금 등)도 10년간 13.3% 감축해야 한다. 결국 연도별로 지급가능한 보조금 범위내에서 수매가격, 수매량을 결정해야 함에 따라 2004년까지 매년 750억원 정도 감축과 수매가 1% 인상시 8만석 정도를 감축중이다. 이에 따라 93년 수매량 1천만섬(2조1천93억원)을 기준으로 95년부터 10년간 감축해야하는 금액과 물량은 95년 960만섬 2조344억원에서 2004년 546만섬 1조3천598억원. 정부수매에 전량 의존해 오던 쌀 농가로서는 자연 '벼 농사를 걷어 치우지 않으면 망한다'는 절망감에 시달렸다.

◇지난해까지의 상황=정부가 지난 92년 42조원의 '농어촌발전계획'을 수립하고 94년 시행된 농어촌특별세에서 추가로 연간 1조5천억원을 투입하면서 농업생산기반조성과 영농규모화, 농업기계화 등에 집중 투입한 결과, 쌀 농사의 경쟁력이 높아져 95년 까지 쌀 농가수나 경작면적 등이 크게 줄어든 것과 달리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북의 경우, 90년 30만8천여호이던 쌀 농가수는 95년 25만9천여 농가로까지 급격히 줄어들다 96년-25만5천, 97년-24만7천, 98년-24만5천, 99년-24만400여 농가로 매년 감소 추세가 현격히 숙지고 있다. 또 벼 재배면적도 90년-20만5천ha에서 95년 16만2천800ha로까지 떨어졌으나 98년 15만6천553ha로 바닥을 치고는 99년엔 15만6천626ha로 오히려 73ha가 늘어나기까지 했다.

전국적으로도 매년 감소하던 벼 재배면적이 96년부터 연간 1천~2천ha씩 증가되고 있으며 쌀 농가 실질소득도 91~95년간 1.2% 감소된 것으로 나타난 것과 달리 95~98년 사이엔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상밖 결과, 그 이유는='식량안보'차원의 절박감을 배경으로 정부의 집중투자가 진행돼 무엇보다도 쌀 생산 여건이 크게 나아진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96년부터 10a당 500kg이상을 수확할 수 있는 양질 다수성 품종(일품·대산벼)이 중점 보급되는 등 경쟁력 확보의 기반이 튼실해지고 있다.

모내기가 절반 농사라는 쌀 경작에서 98년부터 도시 근교에서 못자리없는 벼농사를 통한 생산비 및 노동력 절감을 위한 벼 육묘공장설치가 본격화(현 37개소인 경북지역은 올 가을 8개소 추가설치)되고 있고 99년에는 일반 농가 접근성이 훨씬 높은 부직포 못자리가 출현, 설치(경북은 99년 8천300ha에서 올4만1천ha 설치계획)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입맛 고급화 추세에 따라 전국적으로 농가마다 차별화시킨 브랜드 쌀 시판 등으로 민간유통 기능이 활성화된 것도 이같은 예상밖 결과를 견인한 주요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부 수매에 응하지 않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정부 수매량도 채우지 못하는, 종전과는 판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향후 과제=그러나 아직 방심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99년 이미 관세화로 쌀 시장을 완전개방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도 여기까지는 아니지만 2004년 재협상에서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 완전개방에 합의하더라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각 지자체 및 농가, 일반국민들이 더욱 지혜를 모아 단결해야 한다. 기계화 영농 등 기왕의 조치들을 더욱 빨리, 활착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또 못자리에 이어 수확후 처리단계에서 곡물건조기 등의 보급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경북도는 이에따라 내년부터 27억여원을 들여 곡물건조기 500대를 22개 시군에 공급, 완전 기계화 달성에 나설 방침이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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