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강욱 에세이 '젖병을 든 아빠…'

젖먹이 자녀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은 육아가 보통 일이 아님을 저마다 느낄 것이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다치거나 자주 잠에서 깨 밤잠을 설친 경험들은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직장다니는 남편들은 아내들에게 아이 키우기를 맡겨버리다시피 하고 아내들은 더 힘들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흔한 모습이다·그러나 아이 키우는 기쁨과 보람은 그보다 훨씬 큰 것도 사실이다.

영남대 이강옥교수의 육아 에세이 '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돌베개 펴냄, 8천원)는 육아의 기쁨과 고통, 그로 인한 자기성찰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늦은 나이에 결혼, 아내의 외국 유학으로 젖먹이 자녀의 육아를 떠맡아야했던 저자가 2년여동안 아이 키우는 과정에서 생긴 일들과 느낌들을 진솔하게 얘기하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한국산 음식재료를 구입, 식사를 챙기는데서 시작해 아이를 낳을때의 조바심과 환희, 아이 위주의 생활 패턴, 유아원 교사와의 교감, 다치거나 경기가 일어났을때의 당혹감 등이 소개되고 있다. 시시콜콜한 내용인 듯 하지만 간결한 문체로 옮겨진 이야기들은 상당히 재미있다. 그가 재직중인 영남대 홈페이지에 연재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는 사실이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이다.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은 '육아로 인한 자기성찰'이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 세상 아내들의 어려움을 알게 되고 남의 자식과 이웃에 대한 배려가 싹텄음을 고백하고 있다. 이전에 관념과 가치관으로 갖고 있던 생각을 몸으로 체득하게 된 것이다. 또 아이 키우기가 인내의 과정인데도 감정에 치우쳐 자녀를 대하는 가정, 직장 보육시설의 미비 등 사회 현실을 안타까와 한다. 아이는 엄마만이 아니라 아빠가 함께 키워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애를 키워봐야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가정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선남선녀 대부분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저마다 행복을 찾으며 살아간다. 아이 낳는 일은 후대를 이어 세상을 유지시키는 역할 뿐만 아니라 부모들을 '진정한 어른'으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과 가정, 사회를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고치는 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훨씬 살기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金知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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