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휩쓰는 '핸드폰 광풍'

중.고생 사이에 핸드폰 광풍이 불고 있다. 이미 고교생들에게 필수품 처럼 등장한 핸드폰이 최근에는 중학생들 사이에도 구입 경쟁이 몰아치기 시작, 가정마다 자녀들의 성화로 시끌시끌하고 각 학교에서는 핸드폰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학교에서는 핸드폰이 학생들간에 새로운 커닝수단으로 성행하고, 수업시간에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잡담이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잦아 골치를 썩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내 ㄱ고는 지난달말 중간고사 기간동안 학생들이 갖고 있는 휴대폰을 수거해 교실 뒤켠에 쌓아놓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졌다. 학생들이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커닝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그와 함께 휴대폰을 갖고 있다 적발될 경우 해당 과목을 영점처리하는 엄포를 놓아야 했다.

학교관계자는 "과거 중고생 사이에 무선호출기(삐삐)의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시험부정행위가 성행했던 것에 비춰보면, 핸드폰은 이보다 훨씬 교묘하게 커닝도구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의 핸드폰 문자메시지 장난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닐 정도다. 교사의 눈을 피해 끼리끼리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다른 학생의 수업분위기까지 흐뜨려놓는 것은 드물지않은 사례. 쉬는 시간에 핸드폰으로 이성친구를 불러내 잡담을 나누는 것 또한 새로운 학교 풍속도다.

김모(ㄷ고2년)군은 "우리반 아이 40여명중 절반넘게 휴대폰을 갖고 있는데,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면 여자친구와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풍경은 중학생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학부모 정모(48)씨는 "올 봄 고교에 진학한 큰애가 입학선물로 졸라 휴대폰을 사주고 나니 중2짜리 녀석이 휴대폰을 사달라고 보채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 또한 만만찮아 교사들이 휴대폰 학교내 소지를 막기위해 수시로 소지품검사를 하지만 학생들이 예전처럼 고분고분 하지도 않다.학생들은 "학교에서 전원만 꺼놓으면 문제가 없는데 왜 가방을 뒤져 빼앗아 가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3월초 김천의 한 여고생이 학생부장에게 빼앗긴 핸드폰을 찾아주지 않는다면서 여교사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기도 했다.

대구 박모(39)교사는 "핸드폰이 수업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학교생활을 문란케 하는 골칫거리지만, 사실 학교로선 학생들의 휴대폰 집착을 제어할 수단이 없다"면서 "이동통신회사들의 무분별한 10대고객 확보경쟁과 초교생에게까지 휴대폰을 사주는 일부 부모들의 자세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李庚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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