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스트레스

서구 사회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인간 수명의 연장과 경제적 풍요가 계속될 경우 새 천년의 지구촌에는 전통적인 생활양식의 개념마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평균수명이 120세로 늘어난 2060년 쯤에는 일생 동안 두명 이상의 배우자를 만나고 직업도 번갈아 가져보는 변화가 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노년에 대한 개념도 크게 달라져 지금의 은퇴 나이인 60세가 돼도 60년이나 더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금세기 중에 노화와 암.치매의 메커니즘이 규명되고, 에이즈도 정복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인공장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임신 없는 출산이나 인간 복제까지 보편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장수는 물론 '영생'까지도 가능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우리나라 저명 인사 가운데 종교인이 평균수명 79세로 가장 오래 살고, 언론인이 65세로 가장 단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광대 김종인 교수가 지난 37년간 주요 일간지에 실린 2천142명의 부음기사를 토대로 조사.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연예인.정치인은 73세, 교수 72세, 관료.기업인 71세, 법조인이 70세 순이지만 국민 평균수명인 74세보다는 낮고, 예술인 69세, 체육인 67세, 문학인은 66세로 단명했다.

사망 원인도 종교인은 노환이 42%로 평균 15%대의 언론인.체육인.문학인보다 무병 장수한 것으로 집계돼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노환 확률이 가장 높은 종교인의 경우 잡념과 스트레스를 주는 생활 요인이 적고 규칙적인 종교활동으로 오래 살 수 있는 반면, 언론인.문학인.체육인 등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일에 시달려 일찍 죽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토마스 펄 박사는 '장수하려면 낙천적으로 살고 항상 유머를 잃지 말라'고 충고한 바 있다.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잘 통제하고 정신적 시련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육체적인 무리를 피하면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고 지식수준이 높을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는 그것이 문제임을 어쩌랴.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