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자기문화사에서 금자탑을 이룬 고려청자의 비법은 왜 맥이 끊겼을까. 해인사 장경각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은 어떤 보관법을 썼기에 천년 세월을 뛰어넘어서 판각이 썩지않는 것일까. 그 옛날, 레이저빔은 꿈도 못꾸던 시절에 신라왕관에 매달린 옥구슬의 섬세한 구멍은 어떻게 뚫었을까.
이런 궁금증은 한둘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역사상 조상들이 개발한 기술이나 비법을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수한 역사는 별로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끝에 개발해놓은 기술을 은근슬쩍 내것인양 포장만 달리해서 써버리는 후안무치한자들이 디지털시대에도 판을 친다. 2000년대 들어서도 타인이 개발해놓은 기술을 각색만해서 큰상도 타고, 돈도 번 사례가 버젓이 있다.
아날로그시대에나 디지털시대에나 똑같이 고쳐지지않는 기술단절과 기술도용사례를 오픈 마인드로 극복하려는 운동이 대구닷컴세상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내가 개발한 정보만큼 특허권리를 받고, 타인의 기술을 원용했다면 원래 개발자의 이름과 권리를 그대로 밝혀서 투명한 세상을 만들자는 정보공개운동(GPL=General Public Licence)이 그것이다.
정보공개운동은 이미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터키등에서 도입돼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대구에서 지피엘운동이 처음 선보이고 있다.
대구에 지피엘운동이 도입된 계기는 (주)코렉(대표 최승혁, 053-356-3900)이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컴퓨터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일용씨와 공동으로 인터넷 메신저 프로그램인 '코자'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김씨는 코자프로젝트에 막대한 연구비를 요구하는 대신 "지피엘 운동을 한국에 활성화시켜달라"는 단 한가지 요구를 내걸었다.
'카피(copy)의 천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남의 라이선스를 '슬쩍' 가져가서 내것인양 써버리는 잘못된 관행을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의 살길이 막연해진다는 대승적 차원의 제의였다.
"지피엘운동은 이미 다른사람이 개발한 기술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신기술 역시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핵심입니다"
원래 기술을 개발한 사람도, 이를 토대로 더 나은 기술을 발전시킨 사람도 다 함께 이기는 윈-윈전략인 지피엘운동이 전반적인 기술력 향상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고 있는 최승혁코렉사장은 지피엘정신이 디지털시대의 상생의 원리라고 규정짓는다.
"만약 엔드유저가 남의 기술을 기초로 신기술을 개발해서 특허를 땄다면 자신이 개발한 부분만 특허를 인정을 받고, 원저자의 권리도 보장해줘야합니다"
이제 막 보급단계인 지피엘운동은 대구 리눅스그룹의 임통규대표, 아이씨코리아 김남주대표이사, 사랑넷 최종원대표 등 벤처업체와 이보형변호사가 동참하고 있다.
崔美和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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