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육이 안될까. 교육부도 있고 학교도 있고 교장.교감도 있고 선생도 있는데 왜 교육이, 그것도 특히 공교육이 안된다고 말하는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는 그런대로 나은 편인데, 중학교에 가면 '이렇게 해도 교육이 될까'를 의심하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이건 교육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고, 대학에 가면 아예 손을 들고 입을 다물고 만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의 지나친 간섭 때문이다. 교육부가 미주알 고주알 간섭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교 선생들은 버릇처럼 말한다. "우리는 학생을 틈틈이 가르친다"고. 교육부에 올려 보내는 공문서 메우기 등 소위 말하는 잡무가 선생들 시간을 다 빼앗고 학생은 나머지 시간에 가르친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부는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라고 펄쩍 뛸 것이다. 그러나 주제 파악을 명백히 해야 한다. 어느 교육부 장관 스스로 밝힌 바로도 현 교육부 규제의 42%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교육부가 국민세금으로 하고 있는 일의 거의 반이 거꾸로 우리 교육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소리다.
우리와 같은 교육부를 가진 나라가 이 지구상 교육 제대로 하는 나라 중 어느 나라에 있을까. 다른 나라 교육부는 후생성이나 다름없다. 학생들에게 우유 등 급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학생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가, 얼마만큼 즐겁게 놀고 즐겁게 책을 읽고 있는가 등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그것도 어느 학교가 잘하고 못하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느냐에만 주력한다. 우리나라처럼 입시를 어떻게 하고 어떤 교과과목을 어떻게 몇시간을 가르치고 등의 교육에 관한 간섭은 일절 없다. 모두 학교선생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나라는 없다. 교육예산만 해도 GNP의 4.3%이고, 거기에 학부모가 공교육에만 부담하는 돈까지 합치면 GNP의 7%가 넘는다. 뿐이랴, 학원 등 과외비에 쏟아넣는 사교육비 또한 GNP의 4%가 넘어서 자그마치 GNP의 11%가 교육비에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은 다른 나라의 반은 고사하고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상불 경쟁력으로 따지면 10분의 1도 되지 못할 것이다. '공교육이 무너졌다', '교실이 붕괴되었다'는 말은 이미 오래 전에 나온 말이다. 모든 학교가 4분의 1, 많아도 3분의 1정도의 학생에게만 교육이 되고 나머지는 방기되고 있다는 소리를 예사로 한다. 그것을 학부모도 모르고 선생과 교장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어떤 방도든 교육부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교육이 되는 길은 오직 하나, 교육의 '자유화'다. 학부모 좋고 학생도 좋고 학교도 좋은 교육의 길은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해방돼 오직 '학교에 일임'하는 것이다. 각 교육자치구에 맡기고 교장에게 맡기고 가르치는 선생에게 맡기는 것이다. 어떤 학생을 어떻게 승급하고 낙제시키든, 우열반을 어떻게 편성하든, 심지어는 학부모에게 기부금을 얼마를 받든, 정부가 일절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학생을 어떻게 뽑든, 등록금을 얼마를 받든, 다른 나라처럼 그 대학에 맡기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비 지급의 예산청 이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자유화'상태로 1년만 가보라. 다음날로 우리 공교육이 살아날 것이다. 적어도 교육부 관리들의 반을 다른 곳으로 보내보라. 실업이 두려우면 능력별로 학교선생을 시켜보라. 교육부도 더 이상 지탄받는 일이 없고 학교교육도 그날부터 새 움이 틀것이다.
어떻게 해서 평생을 교육만 연구해온 교육전문가인 교육부 장관이 교육이라고는 상식 이상으로 알 수 없는 대통령에게 언론보도대로 '얼굴이 새하얘지도록'질타를 당할 수 있는가. 질타하는 대통령이나 질타당하는 장관이나 다같이 우리 교육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너무 열등하게 반영해준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은 국가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대통령의 꾸지람으로 좌지우지되지 않는 '학교교육의 자유화'다. 그것만이 우리 공교육을 살리고, 마침내 사교육비를 완전히 줄이는 길이다.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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