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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어버이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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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조차 힘든 아흔살의 한 노인이 70년 동안 매일 부모의 묘소를 돌본다는 '전설' 같은 기사가 보인다. 충북 충주시의 박태영 옹은 스무살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소 옆에 움막을 짓고 3년간 시묘살이를 했으며, 이어 어머니가 별세하자 합장하고 생전에 제대로 섬기지 못한 죄를 빌면서 극락장생을 기원하는 일로 지금도 하루를 시작한다. 이 미담이 오늘에 맞지 않는 일이기는 하지만 다시 한번 효(孝)의 근본을 생각해보게 한다.

예부터 우리민족은 살아가는 데 효를 으뜸으로 여겼다.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전통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어 왔다. 그러나 핵가족화가 되고 일을 중심으로 한 가정으로 바뀌면서 전통적인 효사상은 도처에서 무너져 내렸다. 늙은 부모를 버리거나 떠맡기 싫어서 형제끼리 재판까지 벌이는 비정한 사회가 돼 버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부모 중 8.2%가 자녀 등 가족의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 42.7%는 거의 매일 학대받고 있으며, 그 방법도 언어.심리적 학대가 93.9%나 되고 신체적 폭력까지 가하는 경우(3.6%)마저 있어 노부모에 대한 학대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말해준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효도의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효 사이트'가 등장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성신여대 김태현 학장이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 오늘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이 사이트는 콘텐츠 분량만도 600쪽이 넘으며 '현대적인 의미의 효 실천 지원'을 표방하고 있다. 가족 갈등 상담실, 의료 삼담실 등이 운영되며, 특히 20.30대를 주대상으로 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회 안정의 기초는 가정의 건강과 평화에서 비롯된다.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날로 무너져 가는 효사상을 오늘에 맞게 다시 일으키는 일이다. 효야말로 이 시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효도는 부모의 '상심의 눈물'을 사랑의 손길로 닦아드리는 일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오늘은 부모님께 한 송이 카네이션이라도 달아드리자.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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