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연대보증 폐해 너무 크다

형제, 친척 또는 친구의 사업과 관련하여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섰다가 가산을 날려버리고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는 수년 전 사무처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적지 않은 동료 교직원들이 보증의 결과로 인하여 월 급여액의 절반을 차압당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제도 자체를 탓할일이 아니라 보증서기를 거절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자금난에 몰려 위기에 처한 형제나 친구를 어떻게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함께 파산에 처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형제의 우애나 친구의 우정을 끊을 수도 있는 매정함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가 된다.

보증제도가 없어져야할 또 다른 이유는 엄연한 명분상의 모순이다. 모든 장사는 이윤을 차지하는 사람이 바로 사업자 자신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 즉 사업상의 리스크(위험)도 본인들이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금융업은 언제부터인지 모르나 금융 이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의 위험부담으로 돈장사를 해 오고 있다. 연대 보증이라는 해괴한 제도 탓으로 많은 시민들이 돈 장사의 희생양이 되고 날벼락 같은 재앙을 겪어오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의 책임 하에 신용 대출 또는 담보 대출을 실시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는 개인의 신용 제도를 확립하여야 하고 보증보험제도를 활성화하여야 할 것이다. 개인 신용제도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보증인제도가 없을 경우 은행은 대출을 기피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이해가 되는 얘기이지만 금융업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야만 살아 갈 수 있는 돈장사이다. 그들은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영업의 상대'를 찾기위해 개인의 신용도를 조사할 것이며 '리스크-베니피트'분석을 통하여 자신들의 책임 하에 의사결정을 행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권력과 연루된 부정 대출도 있을 수 없으며 생존을 위한 냉엄한 사업적 의사결정만이 경영을 지배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날벼락 같은 불행을 당하는 보증인도 없지 않겠는가?

이재성 영남대 식품가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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