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섭생의 원리-고추

고추는 매운 맛의 상징이다. 그러나 매운 맛은 원래 맛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미각기관이 자극을 받아 느끼는 맛이 아니라, 통감(痛感)의 일종이기 때문.

고추 속 태좌(placenta)라는 것이 있고, 여기서 매운맛을 내는 물질이 생산된다. 고추가 성장을 할 때 곤충들이 고추 열매를 손상시키려 들면 태좌가 이 매운맛 물질을 씨나 껍질로 보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

'작은 고추가 더 맵다'는 속담도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다. 작은 고추는 좋지 못한 성장 환경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 만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매운 맛을 더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오늘날 김치나 떡볶이 등 고추 첨가 음식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다. 이것은 고추의 특성인 매운맛 성분인 캅사이신과 색소 성분 때문이다. 이 매운 맛 성분은 3, 4종의 물질로 구성돼 있는데, 그것이 젊음을 지켜주는 항산화물질로 밝혀졌다또 50여 종의 물질로 구성된 색상 성분은 항산화 활성도가 높으며, 이들 중 일부는 비타민A로서도 효능이 높다. 고추가 적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 낸 매운 맛이 오늘날에는 인류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물리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순동 교수(대구효성가톨릭대 식품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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