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 로비의혹 수사전망

검찰이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는 경부고속철도 차량선정 과정에서 로비자금이 뿌려졌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에 착수함에따라 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로비대상은 94년 최종 선정이 이뤄질 당시 정.관계 고위인사들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돼 불법로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향후 정국에 '핵 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사건개요=표면적으로 드러난 전모는 93년 고속철도 차량 공급업체 선정을 앞두고 독일 ICE와 수주경쟁을 벌이던 TGV의 프랑스 알스톰사가 한국인 로비스트를 고용, 로비를 청탁하고 커미션으로 홍콩 소재 외국계 은행을 통해 1천100만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100여억원)를 제공했다는 것.

등장인물로는 알스톰사 한국지사장인 프랑스인 C씨와 호기춘(51.여)씨, 잠적한 로비스트 최만석(59)씨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이들의 불법외환거래혐의 내사 무마를 대가로 8천만원을 받은 전직 경찰간부 전윤기(63)씨도 구속됐다.

◇수사전망=검찰은 지난해부터 첩보를 확인하던 중 최근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 커미션으로 거액을 받아 나눠가진 사실까지 상당부분 확인하고 지난달말 호씨를 구속했으나 최씨의 도주로 로비의 실체는 의혹만 무성한 상태다.

실제 로비스트로 직접 뛴 최씨가 종적을 감춘데다 최씨로부터 로비행적을 보고받았을 법한 호씨마저 "최씨가 모든 일을 했기 때문에 로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아 검찰의 속을 태우고 있다.

수사는 일단 최씨에 대한 검거와 1천100만달러의 흐름 추적에 집중될 전망이다.당시 정.관계 인사나 건교부.고속철도공단 등 관련부처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여부를 캐는 게 이번 수사의 초점이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호씨의 386만달러 가운데 일부는 확인됐으나 로비에 사용된 것 같지는 않고 최씨의 714만달러에 대한 추적도 제대로 안 된 상태"라고 밝혀 자칫 의혹만 키울 우려도 적지않다.

검찰은 이와관련, "받은 돈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후에 받은 정당한 대가인 '에이전트 피'(agent fee)"라는 호씨 주장이나 일부 사용처 추적결과 등을 감안, 1천100만달러는 순수한 사례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별도의 로비자금 존재 여부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계약규모가 21억달러이고 리베이트가 통상 3% 가량 책정된다는 점에 비춰 실제 리베이트 규모를 6천만달러로 추정할 경우, 사후지급된 사례금 1천100만달러 외에도'로비용 실탄'으로 상당액이 제공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

그러나 알스톰사의 경우 일종의 홍보 에이전트 활동에 대한 정상적인 대가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돼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사업 규모나 당시 치열했던 수주경쟁의 정도 등에 비춰 최씨 외에 제2, 제3의 로비스트가 활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는 국내에 은신중인 것으로 파악된 최씨의 검거가 정점을 이룰 전망이다.

최씨가 입을 열 경우 로비 대상이 어느 선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불법 금품로비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의혹만 증폭된 채 막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오는 16일 끝나는 공소시효(5년)에 쫓겨 호씨를 구속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는 점도 검찰 수사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하는 대목이다.또 사례금을 받은 호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한 것은 판례가 없어 향후 불법 로비에 대한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 채 홍보 대가로 계약에따라 받았다는 주장만 남을 경우 기소후 유.무죄 논란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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