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분쟁 현장-스리랑카

17년째 계속 중인 스리랑카 내전이 또 한고비를 넘고 있다. 5년 전 본거지를 뺏기고 위축됐던 타밀족 반군이 다시 고토 자프나 회복을 목전에 둔 것.

타밀족은 세계적으로 5천700만명 가량 되는 민족이다. 그 중 5천만명이 스리랑카에서 가까운 인도의 타밀나두 주에 산다. 스리랑카 타밀족도 영국 통치 시절 인도에서 많이 이주 당해 왔다. 주로 힌두교를 믿는다.

남한 반쯤 크기의 스리랑카에 사는 타밀족은 300여만명. 거의가 이 섬나라 북동부 쪽에 몰려 살면서, 북단의 자프나를 문화적 중심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총인구 1천900만명 중 1천200만명은 불교를 믿는 싱할리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종족 사이에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1983년. 그 전부터 집권 싱할리족에 의해 여러가지로 차별 대우 되는 문제 때문에 갈등이 있어 오던 중, 이때 대폭동이 일어나면서 테러와 무장 분쟁으로 전환된 것이다.

그 후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1987년에 잠시 잠복국면도 있었으나 곧바로 내전이 재발, 1990년에는 자프나 지역을 반군이 장악했다. 이때 타밀족은 입법.행정.사법부와 소규모 해군까지 거느린 사실상 독립국가를 이룩할 정도였다. 이어 1993년에는 대통령까지 폭살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다음해엔 야당 지도부 50여명이 피살돼, 결국 미망인들끼리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정세가 큰 변화를 겪은 것은 1995년. 정부군이 타밀 반군 중심지인 자프나 반도를 장악한 것이다. 이 전투에서 양측은 2천500명의 전사자를 냈다. 지금까지 분쟁으로 희생된 사람은 총 6만5천여명에 달한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반군측은 굴하지 않고 테러 중심으로 활동을 변경했으며, 작년 가을 이후엔 사태가 군사적 대결 국면으로 다시 악화돼 지금에 이르렀다.

타밀 반군에는 몇개 집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중에선 LTTE(타밀 엘람 해방호랑이)가 가장 강력하다. '고향'을 의미하는 '엘람'은 반군이 분리독립한 뒤 세울 나라 이름으로 내정된 것이다.

지금은 자프나 반도가 다시 반군 수중에 떨어질 형국. 더욱이 4만여명의 정부군이 이들에게 포위돼 있는 중이다. 때문에 정부측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프나 사수를 결의, 곧 운명을 건 대전투가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운명적 상황'에 직면한 스리랑카 내전은 외세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정부군과 반군의 한판 승부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스리랑카의 전통적 우방 인도가 1987년 타밀반군 무장해제를 위해 군사개입을 했다가 수천명의 사상자만 내고 3년만에 철군한 쓰라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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