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공적자금 난맥 해명있어야

정부가 2차 금융구조 조정을 앞두고 총선전까지 추가조성이 필요없다던 공적자금 문제를 재론하면서 말을 바꿀 때부터 1차 투입한 공적자금의 사용내역을 먼저 밝히고 추가소요액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함을 강조한 바 있다. 이미 조성된 64조원의 공적자금이 제대로 사용되었는지를 국민앞에 명확히 밝히지 않은채 추가자금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공적자금 운영이 여러곳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운영실태를 확실히 밝히지 않은데 대해 의구심을 가져온 것도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러던 차에 불거진 공적·준공적자금의 사용내역과 추가투입 소요액을 담은 금융연구원의 보고서는 매우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의 분석이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라면 그동안 국민들이 품어온 공적자금 사용에 대한 의구심이 기우가 아님을 입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금조달과 집행에서 드러난 난맥상은 정부당국자들이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적절한 자질을 가졌는지를 의심케 할 정도다.

98년 정부가 금융권 부실규모를 118조원으로 계산, 공적자금을 64조원만 조성한 것부터가 사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것 같다. 그뒤 실제로는 조성한 자금보다 22조원을 더 투입하고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이번에 또 추가자금 문제에 부딪힌 것은 당초 계산의 잘못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의 분석대로라면 올해안에 금융부실을 모두 털어내려면 총 42조100억원의 공적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필요성을 인정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겠다면 먼저 무계획적이고 편의적인 자금조성과 집행에서 보여준 즉흥성과 부실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정부는 이같은 구조조정에 따른 추가자금 소요에 공기업의 현물출자형식 등 국회동의를 피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더욱 큰 문제다. 공적자금 추가소요가 불가피하다면 그간의 집행내역을 밝히고 국회동의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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