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글래디에이터

지난주 전미 2천938개 극장에서 개봉된 '글래디에이터'(Gladiator·2000년 작)는 주말 3일 동안 3천270만 달러라는 폭발적 흥행수익을 올렸다.

오는 6월 3일 개봉 예정이지만 수입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일 일찌감치 시사회를 가졌다. 개봉 1개월이나 남겨두고 시사회를 갖는 것은 이례적. 미국 흥행에 고무 받은 수입사의 자신감이 넘쳐나는 대목이다.

'에이리언''1942'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글래디에이터'는 로마시대 검투사의 이야기다.

탁월한 용맹성을 타고난 로마 장군 막시무스(러셀 크로)는 아우렐리우스 황제(리처드 해리스)로부터 은밀히 로마를 맡아달라는 언질을 받는다. 아들과 아내와 재회를 꿈꾸는 막시무스는 황제의 제안에 갈등한다.

그러나 아우렐리우스는 폭군의 자질을 가진 아들 코모도스(조아퀸 피닉스)에게 암살되고, 막시무스는 처형될 위기를 맞는다. 처형장에서 탈출한 막시무스는 고향으로 향하지만 아내와 아들은 이미 불에 타 숨진 후. 전설적인 검투사 프록시모(올리버 리드) 수하에 들어간 노예 막시무스는 검투사로 뽑혀 승승장구, 로마 콜로세움에 입성한다.

공화제에 대한 요구를 잠재우기 위해 160일간의 검투 시합을 연 새로운 황제 코모도스는 막시무스가 검투영웅이 된 것을 알고 놀라지만 천부적인 잔인성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눈이 무서워 어쩌지 못한다. 한편 로마 원로원은 막시무스를 세워 반란을 꿈꾸는데….

'글래디에이터'는 오랜만에 보는 스펙터클 대작 액션영화다. '벤허''스파르타커스'를 잇는 대서사시라는 광고문구에 맞게 1억 달러를 들인 전투신과 검투시합 장면은 관객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 특히 초반 20여 분간의 전투신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킨다.

그동안 검투장면의 경우 성서영화라는 한계 때문에 리얼하게 다루지 못했지만 '글래디에이터'는 목과 팔이 잘리고, 전차에 몸통이 반토막 나는 모습을 특수효과를 통해 섬뜩하게 재현하고 있다.

5만 명(실제는 2천명)이 운집한 콜로세움의 웅장함도 볼 만하다. 여기에 막시무스에 대한 황제의 누나 루실라(코니 닐슨)의 연정, 가족에 대한 피맺힌 원한과 그리움 등을 엮으면서 '글래디에이터'는 두루 흥행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

주·조연을 합쳐 연기자들의 연기, 특히 코모도스왕을 연기한 조아퀸 피닉스의 연기가 뛰어나다. 그러나 주연 러셀 크로의 연기는 어딘가 하나 빠진 듯해 아쉬움을 준다.

'에이리언''블레이드 러너'에서 빼어난 영상미를 보여준 리들리 스콧. '글래디에이터'에서는 막시무스의 환상장면에서 겨우 그의 체취를 맡을 수 있다. 미국 개봉의 러닝타임은 154분이지만 국내판은 147분 남짓. 그래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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