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많이 쓰면 암에 걸린다던데, 휴대폰 때문에 기억력이 감퇴된다던데…. 끊임없이 제기되는 휴대폰의 유해성 문제.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휴대폰에서 나오는 극초단파가 인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세계 각국은 이를 판가름하기 위한 시험을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지난달 영국 정부는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극초단파가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이 정부위원회의 조사결과 입증됨에 따라 휴대폰에 건강 경고문을 붙이도록 할 방침임을 밝혔다. 경고문은 사용장소와 시간에 대해 주의하라는 내용. 영국은 유별나게 휴대폰의 유해성 시비가 자주 일어나는 곳. 그만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98년 10월 휴대폰의 극초단파가 인체 면역체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생물학자 로저 코그힐 박사는 극초단파가 인체의 감염 및 질병에 대항하는 백혈구의 능력을 현저히 손상시킨다고 주장했다. 백혈구를 여러 종류의 전자파에 7시간30분 동안 노출시킨 결과 인체의 자연적 전자파에 노출된 세포들은 30%가 손상된 반면 휴대폰의 극초단파에 노출된 세포는 87%가 손상됐다는 것.
같은 해 11월엔 영국 전자공학자들은 휴대폰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용시간이 많은 사람들의 목에서 림프종이 발견됐다"며 "장기 사용자들은 두통, 집중력 저하, 피부 따끔거림, 경련 등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지난 94년부터 96년까지 209명의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선 건강한 사람과 뇌종양 환자의 휴대폰 사용을 비교했다. 조사결과 종양 위치와 휴대폰 사용 습관 사이에 약간의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종양 환자 74명 중 13명이 귀에 가까운 뇌엽이나 머리 뒤쪽에 국부적인 종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홍콩대 방사성동위원소연구소 웡만인(王敏賢) 박사팀은 최근 5개 휴대폰을 대상으로 통화 과정의 단계별 전자파 발산량을 측정한 결과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의 전자파가 수신 단계에 비해 최고 20배 높았다고 밝혔다. 또 홍콩 중문대 생물학과 초완와이(曹宏威) 교수는 임신 3개월 이상 태아와 어린이의 경우 전자파에 특히 민감하다면서 임신부와 어린이들은 장시간 휴대폰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미국 워싱턴대 헨리 라이 교수는 쥐를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유사한 극초단파에 노출시킨 결과 공간지각력을 손실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라이 교수는 쥐 100마리를 극초단파에 노출시킨 집단과 정상집단으로 나눈 뒤 미로찾기 실험을 실시한 결과 노출집단은 미로를 찾는 데 정상집단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극초단파가 쥐의 뇌세포를 가열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라이 박사의 실험에 사용된 극초단파가 2천450MHz인데 비해 휴대폰 전자파는 850~1700MHz에 불과해 휴대폰 전자파가 뇌세포를 손상시키는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라이 교수도 이번 연구를 근거로 휴대폰의 유해성을 결론짓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위의 주장들에 반해 휴대폰 전자파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않는다는 주장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와 왕립브리스톨병원 연구팀은 지난해 학술전문지 '국제방사선생물학저널'에서 휴대폰 사용자가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예, 아니오' 질문에 대한 반응속도가 4%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0월 휴대폰과 뇌종양 사이에 특별한 인과관계를 찾지못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휴대폰 사용이 뇌종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증거도 찾지못했다며 완전히 안전한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식품의약국은 지난 6년 동안 2천500만달러를 들여 상관관계를 연구했으나 특별한 인과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프랑스 리용에 있는 국제암연구기구는 12개국 4천여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휴대폰 사용과 뇌종양의 관련성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 우정성도 최근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뇌종양간의 관련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2년간 도쿄와 오사카 지역에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우정성은 뇌종양 환자 수백명을 포함, 도쿄와 오사카 거주자 수천명에게 휴대폰 사용횟수를 묻는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이처럼 표본집단이 많은 광범위한 조사결과가 나오면 휴대폰의 유해성 여부는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이 맺어질 전망이다. 아무튼 휴대폰을 지나치게 오래 사용할 경우 많든 적든 인체에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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