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교사 살맛나는 신바람 교단을

과외시장 개방에 맞서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승진제도 개선, 수석교사제 도입 등을 통해 '보통' 교사들이 '가르칠 맛' 나는 교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구고 정경수(62) 교사. 지난 2월말 퇴직했지만 지금도 기간제로 하루 2, 3시간 수업을 한다. 정씨의 영어 강의 실력은 여전히 학교 안팎에서 인정받는다. 고3을 오래 맡아 입시지도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41년을 평교사로 보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게 너무 좋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후배들이 벌써 오래 전에 분필을 놓고 교감, 교장 자리에 앉은데 대해 "승진하지 않으면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제도가 문제"라며 "평교사라도 수업을 평가해 수석교사나 선임교사로 교감 교장 못지 않게 대우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덕원고 이성한(53) 교장. 어버이날인 지난 8일 남몰래 안심여중을 찾았다. 지난 61년 의성 다인중에 첫 부임해 자신을 가르친 은사 문복순(61.여) 교사를 찾은 것. 꽃을 달아주고 식사를 대접하는 제자는 이미 교장이 됐지만 스승은 아직 평교사다. 이 교장은 "후배들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정년을 꼭 채워 교단을 떠나달라고 고개숙여 당부드렸다"면서 "아직도 평교사로 계시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교사들에게 승진의 의미는 일반 직장인 이상이다. 교단 내에서는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분필을 놓는 것이 곧 출세'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실제 교직경력이 같을 경우 교감이나 교장은 각종 수당, 판공비 등으로 월급의 30% 이상을 더 받고 있다.

때문에 상당수 교사들은 교사 본연의 업무인 수업을 하지 않는 관리직이 되기 위해 교내 근무평정이나 인사상 가산점이 부여되는 각종 연구공모, 대외활동 등 수업 이외의 부분에 매달리고 있다. 승진 경쟁률도 소수점 단위로 희비가 엇갈릴 정도로 높아 승진연한이 되면 점수 올리기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대구 모 초등교사(51)는 "교사들이 수업이나 교과연구에 전념하면 오히려 승진에 손해보는 상황에서는 결코 사교육을 이길 수 없다"며 "공교육의 몰락도 왜곡된 교원 직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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