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선거비 실사, 과연 옥석 가릴까

중앙선관위가 16대 총선후보자들의 선거비용 신고가 14일 끝남에 따라 엄격한 실사를 통해 '허위신고'를 가려내 그 대상자는 반드시 당선무효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선관위에 신고된 총선비용을 보면 그야말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총 1천여명의 후보들이 쓴 평균비용이 5천여만원, 당선자들의 평균액수는 8천여만원, 수도권의 치열한 접전지역에선 전체평균에 밑돌았다는 게 선관위의 분석이다.

이걸 믿을 국민들이 있겠으며 선관위 직원들조차 축소의혹이 있다고 하고 당사자들도 이런 거짓말을 해야되는지 회의가 들 것이다. 한참 선거분위기가 고조됐을땐 '30당20낙'에서 '50당30낙'이란 말이 회자된 게 현실이었다. 50억원을 쓰면 몰라도 30억원 정도를 써봤자 헛일이라는 얘기다.

이게 이번 선거풍토였는데 당선자의평균이 8천만원 정도였다는 건 무슨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기이한 한국의 선거비용 실태가 아닌가 싶다. 사실상 선거비용실사 그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들 정도이다.

15대때도 그렇게 떠들던 '선거비용'에 대한 최종 결과는 선관위가 20명을 적발, 검찰에 넘겼으나 그중 3명만 당선무효가 됐었다. 이 3명이 모든 국회의원들의 총대를 멘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묵은 고질인 이런 선거법을 그냥 둬서 될일이며 이걸 어기지 않은 후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에따라 현실과 너무 판이한 법정선거비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후 어느정도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법정비용의 현실화가 이뤄지는 게 급선무이다.

돈을 쓰지 않을 수 없게 해놓고 그 돈을 쓴 후보나 당선자들만 왜 썼느냐고 닦달하면 거짓말하게 돼 있는 게 우리의 모순되기 이를데 없는 선거비용문화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걸 다 인정해버리면 선거 비용은 그 몇배 높아지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마치 운전법규처럼 극히 미묘하고 현실화 하기에도 애로가 많은게 '법정 선거비용'이고 따라서 '재수없으면 걸린다'라는 비아냥이 난무하게 된다. 선관위는 이런점을 감안, 금전살포의 고의성에 초점을 맞춰 엄한 처벌을 내리게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것이다. 고도의 슬기가 필요한 대목임을 직시해야 한다.

근원적인 문제는 제도와 법보다 유권자의식이 바뀌지 않는한 우리의 선거비용은 땜질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바른 유권자 의식이 '금권선거'를 조기에 추방하는 지름길임을 모든 국민들도 함께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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