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스승 받드는 사회를

오늘 '스승의 날'을 맞는 소회는 유달리 씁쓸하다. 얼마전 과외 금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과외가 전면 허용되면서 공교육은 물론 교직사회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승을 존경하고 고마움을 새기기 위해 지난 1982년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스승의 날'을 제정한 미풍양속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가 날이 갈수록 퇴색, 오늘에 이르러서는 교사들에게 보람과 긍지는 커녕 자괴감을 안겨 주는 날이 돼 버린 감이 없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같이 '스승의 날'이 되레 스승을 우울하게 만드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촌지' '체벌' 등의 문제가 작용했으며, 교사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정도를 벗어난 교육정책이 큰 원인이다. 헌재의 과외 합법화 결정 이후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정책이 나오는가 하면, 고액과외 단속을 명분으로 교사들을 '우범시'하는 발상과 촌지나 밝히는 '부패무능'집단으로 몰아부친 것은 너무 지나쳤다. 교육부는 지금 와서 교사 예우 규정을 만들고 스승 존경 풍토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병 주고 약 주는' 일이 아닌가.

어디 그 뿐인가. 최근에는 교육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교사와 학교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욕설까지 퍼붓는 학생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와 충격을 안겨 주기도 한다. 이쯤 되면 교권 침해의 심각성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공교육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무슨 사명감을 가지고 그 정상화의 전면에 나설 수 있으며, 어떻게 긍지와 보람을 느끼며 학생들 앞에 설 수 있겠는가.

이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사들을 개혁의 주체로 인정하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과제들을 풀어나가야만 한다. 당국이 일방적으로 개혁을 밀어부치고 교사들을 위축시킨다면 개혁은 물론 스승의 설자리까지 없게 만들고 말 것이다. 스승은 어떤 경우에도 스승으로 대접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스승답게 권위를 지키며 교단에 설 수 있도록 사회가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스승이 스승으로 대접받는 사회에는 갈등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가치의식이 마비되고 전도된 사회에서는 스승다운 스승이 나타나기 어렵게 될 수 밖에 없다. 위대한 스승을 만드는 사회가 곧 이 시대의 과업임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기는 날이 돼야 할 것이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착잡한 심정으로 맞이한 '스승의 날'이지만 스승의 상을 새롭게 일으키는 계기를 찾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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