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인타이틀 용병잔치 되려나

2000년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들이 각종 시즌기록을 경신하며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하는 '용병 잔치'가 펼쳐질 전망이다.

시즌 초반 대어급 용병들이 초강세로 야구판을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 8개 구단사장단이 시드니올림픽 기간에 대표선수들을 뺀 채 시즌을 강행키로 결정, 오는 9월 외국인선수들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각종 신기록 경신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선수들이 합숙훈련을 포함해 올림픽 출전을 위해 빠지는 기간은 대략 20여일이고 팀 당 17경기 안팎이다.

133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 일정의 13% 남짓하지만 문제는 이 기간동안 용병타자들이 'B급' 이하의 투수들을 상대로 몰아치기가 가능하다는 것.

지난 해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승엽(삼성)의 한 시즌 최다홈런기록(54홈런)은 올시즌 '태풍 앞의 촛불'이다.

15일 현재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퀸란(현대.14홈런)을 비롯해 공동 2위인 우즈, 스미스(삼성), 윌리엄스(현대, 이상 11홈런)는 5월 들어 이승엽의 지난 해 홈런레이스에 육박하는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올림픽기간 각 팀 2진급 투수들을 상대해 마구잡이로 홈런을 추가할 경우 지난 해 이승엽이 못다 이룬 왕정치(다이에 감독)의 일본 최고기록을 뛰어 넘어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버금가는 메이저리그급 기록을 만들어 낼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타점 1위 이병규(LG)와 다승 선두 정민태(현대)도 올림픽에서 돌아오면 용병들에게 밀려 타이틀 경쟁에서 뒤처질 공산이 크다.

외국인선수들이 국내 프로야구의 각종 신기록을 수립하는 것을 못마땅해 할 필요는 없지만 기록의 순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레이스를 통해 달성한 기록이 아니라 각 팀 주전 투수와 주력타자들이빠진 상태에서 수립한 성적을 최고 기록으로 인정해야 하는 지가 논쟁거리다.

반면 올림픽 대표로 차출된 선수들에겐 공정하게 경쟁을 벌일 기회를 제공하지않았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된다.

사장들의 안일한 탁상공론이 '기록의 경기'라는 프로야구의 개인타이틀 경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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