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회전목마-신장병환자의 위장 이혼

정기적으로 혈액 속의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는 투석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만성 신장병 환자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위장이혼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신장협회 부산지부는 19일 부산지역의 만성 신부전증 환자 2천5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여성 환자의 70% 이상이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고 남성의 경우도 이혼율이 40%를 넘는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2만5천여명에 이르는 만성 신장병 환자 대부분이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신장협회는 덧붙였다.

이혼한 신장병 환자의 대부분은 치료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어 무료 치료를 받을수 있는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받기 위해 이혼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주 2, 3차례에 걸쳐 4시간씩 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직업을 가질 수 없는 환자들은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으면 매달 투석비와 약값을 합쳐 70만~100만원이나 드는 치료비를 전적으로 가족에게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가정에서 이를 감당하기란 어려워 자녀들 마저 2, 3년이 지나면 부모를 버리고 떠나는 실정이다.

박모(51.여)씨의 경우 지난 88년부터 만성 신장병을 앓고 있는데 89년 이식수술을 했으나 5년만에 재발, 치료비를 감당할 길이 없어 결국 이혼하고 혼자서 지내고 있다.

14년째 신장병을 앓고 있는 심모(52.여)씨 역시 택시를 모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96년 위장이혼했는데 이제는 남편과 연락도 끊긴 상태다.

부산시와 일선 자치 구.군에서도 만성 신장병 환자들의 이같은 사정을 알고 위장이혼인 줄 알면서도 눈을 감아주고 있고 공무원들조차도 환자들에게 "위장이혼하는 길 밖에 없다"고 조언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같은 위장이혼은 대부분 실제 이혼과 가정파괴로 이어지고 환자들은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채 정부의 도움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빈민계층으로 전락해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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