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킬리만자로

시뻘건 피가 화면을 가득 채우면, 박신양이 얼굴에 피를 뒤집어 쓴 채 바닥에 뒹굴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비릿한 피 냄새로 시작한다.

'킬리만자로'는 인생의 종착역에 선 한 형이 동생이 살았던 흔적을 따라가면서 펼치는 비릿한 핏빛 누아르 필름이다.

쌍둥이 해식(박신양)과 해철(박신양)은 상반된 길을 걸어왔다. 고향 주문진에서 유명한 깡패가 된 동생 해철과 달리 해식은 서울에서 형사생활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어느 날 살인혐의를 받던 해철이 해식의 총을 빼앗아 자살하자 해식은 직위해제 당한다.

동생의 유골을 들고 주문진에 도착한 해식은 종두(김승철) 패거리들에게 동생으로 오인받아 테러를 당한다. 해철을 동생처럼 아끼던 깡패 번개(안성기)에게 구출된 해식은 자신이 해철이 아니란 것을 숨긴채 종두 패거리들에 복수할 기회를 노리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문진에서 해식은 더 이상 경찰이 아니라 그토록 애증에 몸서리친 '반쪽짜리' 동생 해철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너랑 똑같이 생긴 놈이, 네가 제일 싫어하는 짓만 골라 하고 다닌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냐?"

거대한 자연의 힘이 내재된 킬리만자로처럼 사방이 막힌 항구 주문진을 무대로 펼쳐지는 강한 남성미가 일품이다. 2000년 작. 100분. 18세 관람가. (20일 자유1,2관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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