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한동 총리 지명

김대중 대통령은 박태준 총리의 사퇴 이후 후임자로 자민련과의 관계를 고려, 최우선 순위로 낙점했던 자민련의 이한동 총재를 끌어들이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청와대는 사실상 처음부터 다른 대안을 배제한 채 이 총리 카드에 온갖 정성을 다 쏟았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총재를 만난데 이어 20일 저녁 방문자체를 거부했던 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가 자택문을 열어주면서 극적으로 회동하고 공동정부의 유지를 바라고 이 총재 카드를 희망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지난 주말 며칠동안 이 총리 카드가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은 김 명예총재를 비롯 일부 자민련내 의원들이 시큰둥하거나 반발했기 때문. 물론 김 명예총재가 무턱대고 수락할 수 없었던 것은 당장 자민련은 국회 원내교섭단체를 먼저 구성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 때문이었다.

그러나 17석밖에 없는 자민련으로서는 현실적 힘의 한계가 뚜렷했고 또 이 총재도 총리직을 탐내는 바람에 김 명예총재도 마냥 거부할 수 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명예총재가 동의를 한 셈이다.

과거 내무장관, 여당 사무총장, 원내총무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이 총재는 총리직을 맡으면서 중부권 대표주자로서 대권가도에 전보다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청와대가 이한동 카드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아무리 17석이지만 자민련의 협조없이는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민련 의석에다가 22일 입당한 호남지역 무소속 4명과 입당이 점쳐지고 있는 정몽준의원까지 합치면 과반수인 137석에 턱걸이 할 수 있어 그럭저럭 집권후반기를 끌어갈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최근 "DJP공조는 정권말까지 간다"면서 이 총리 카드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또 청와대는 이 총재가 구여권과 한나라당에 몸담았고 내무장관 등 국정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국민화합적 측면과 리더십을 갖추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총재의 발탁은 집권후반기를 개혁드라이브보다는 안정적 국정운영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다만 후유증도 남아 있을 듯하다. 숙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자민련 일각에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으며 민주당내에서도 이 총재가 구여권인사라는 점에서 개혁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마뜩찮은 시각들이 적잖게 상존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내에서는 정계개편의 시도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어쨌든 이 총리 발탁으로 인해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동정부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김 명예총재의 향후 태도가 주목되고 있으며 여권내 대권 레이스 또한 다른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이인제 상임고문과 한화갑, 김중권, 김근태, 노무현 지도위원 등이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李憲泰기자 leeh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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