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타고도 교실안에 들어갈 수 없고 체육수업을 건물옥상에서 해야한다면 이를 학교라고 할 수 있습니까'
장애인 교육의 요람으로 꼽히는 지역 특수학교들이 수십년동안 장애인 편의시설은 물론 기본적인 기반시설도 갖추지 않은채 운영돼 학부모와 장애인 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재단측과 시교육청은 서로 책임떠넘기기로 일관, 시설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지역 장애인 특수학교는 모두 8개. 그러나 대다수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장애인 학교'다. 특히 사학재단인 영광학원이 운영하는 대구대 대명동캠퍼스안의 5개학교는 설립된 이후 30여년동안 노후시설을 한차례도 개·보수하지 않았다. 학생 1천여명 대다수는 부모를 동반하지 않고 등교하기 힘들고 그나마 화장실출입조차 어려워 부모들이 수업을 마칠때까지 자녀옆에 붙어있어야 할 형편.
이와 관련, 지난 98년4월 '장애인, 노인, 임산부등 편의증진에 관한 법' 제정으로 지난 4월까지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되어 있으나 법적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특수학교는 한 군데도 없어 결국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사정이 이러하자 대구보건학교 등 학부모 100여명이 지난 19일 오전 대구대에서 '신축건물마련' '편의시설확보' 등 대책마련을 재단과 교육청에 요구하며 집단시위를 벌였다. 또 대구장애인부모회 등 10여개 사회단체들은 22일 '대책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역 장애인 특수학교의 실태와 사학재단 및 시교육청, 행정기관의 입장을 살펴본다.
▨실태
대구지역 장애인 특수학교는 수성구 지산동 남양학교(정신지체장애인), 북구 복현동 성보학교(지체장애) 등 공립학교 2개와 대구대 대명동캠퍼스안의 영화(청각장애), 덕희(정서장애), 광명(시각장애), 보명(정신지체), 보건학교(지체장애)와 수성구 시지동 선명학교(정신지체) 등 사립학교 6개다.
이들 특수학교 대다수는 좁은 시설안에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면서 체육관, 운동장, 특별활동교실, 직업재활시설 등 기반시설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아 특성을 고려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학교의 경우 학생 131명 대다수가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스쿨버스는 물론 학교건물에 편의시설을 거의 갖추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4년 건립된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의 이 학교는 승강기가 없고 45도가량의 가파른 출입구경사도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2, 3층 이동이 아예 불가능하다. 또 3층교실 출입구는 휠체어로 진입할 수 없을 만큼 비좁고 세면대도 너무 높아 이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스쿨버스의 경우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아 이용자는 전체 학생의 10%도 되지 않는 10명이 고작이다.
서기식 교사(45)는 "학생들의 수업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서는 건물보수가 아니라 헐어내고 다시 지어야 할 형편"이라며 "수년동안 재단측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덕희학교의 경우 운동장이나 체육관이 없어 체육수업을 5층건물 옥상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광명학교도 채광이 제대로 안되는데다 건물과 기숙사가 노후화 돼 있다. 특히 광명학교 시각장애학생들은 대구대 정문에서 학교건물까지 150여m구간에 점자유도블럭이 설치돼 있지 않아 등·하교길에 차량사고 위험마저 안고 있다.
보명학교의 경우 학급당 7, 8명의 학생들을 수용해야 하나 17, 18명씩 과밀돼 있으며 이에 대해 교육청도 예산을 마련해 교사충원과 학급증설을 재단측에 요청했으나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학교입학마저 2, 3년간 지체되는 바람에 상당수 학부모들이 지역 40여개의 사설조기교육실을 이용하면서 매월 30여만원의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다.
또 특수학교 대다수가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와 복도 손잡이를 구비하지 않고 주차시설도 없어 운동장이 주차장으로 이용돼 학생들의 놀이공간이 빼앗기고 있으며 낡은 건물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누수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남양·성보학교 등 공립학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편이나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특수학교의 교육환경이 열악한데도 지난 98년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법이 제정된 이후 교육청과 행정기관은 특수학교의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조사를 한차례도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지역 현황
교육부는 지난 98년 이후 서울 우진학교, 부산 해남학교 등 대도시 지역에 편의시설과 첨단 설비를 갖춘 장애인특수학교 10여개를 새로 신축했거나 현재 신축중이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특수학교 수는 8개에서 더이상 확충하지 않고 있다. 초등학교 360개인 지역실정에 비춰볼때 턱없이 부족한 수다.
게다가 광주 은혜학교, 경기 선진학교, 명휘학교 등은 리프트장비를 갖춘 스쿨버스는 물론 장애인 편의시설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또 학교시설내에 수영장, 체육관, 식당, 특별활동교실, 직업재활실, 컴퓨터실 등을 갖추고 있어 대구지역 특수학교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학부모, 장애인단체 입장
대구대 대명동캠퍼스내 특수학교 학부모들은 지난해 6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영광학원, 대구시교육청, 대구시청 등에 시설개선과 신축을 수차례 요구해왔다.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영광학원측은 지난 3월까지 보건학교 개축을 위한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장애인학부모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흥사단 등 지역 10여개 사회단체들은 22일 '장애아교육권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특수학교 학부모들은 "재단과 교육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해결방안을 찾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욱(48) 대구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재단측이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시설확충 및 개보수를 하지 않는다면 특수학교 재단분리운동을 통해 공립화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단과 시교육청 입장
특수학교 5개를 운영하고 있는 영광학원측은 그동안 예산부족으로 보건학교 등 특수학교에 대한 보수공사를 제대로 벌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광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대구대의 경우 지난해 '두뇌한국 21사업' 대상에특수교육학과가 선정돼 올해 정부로부터 2억8천200만원을 지원받게 된 점을 비춰볼때 특수학교 운영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영광학원 관계자는 "지난 96년 '교육환경개선 특별회계법' 제정으로 국비 70%를 지원받을 수 있어 지난해 시교육청에 시설보수를 위한 예산을 청구했다"며 "예산확보가 이뤄지면 즉각 전반적인 특수학교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재단측의 요구에 따라 11억5천만원의 환경개선 예산을 확보해 놓았기때문에 재단측 의지만 있으면 즉각 집행될 수 있다"고 밝혀 재단측과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남구청은 "5월말까지 특수학교에 대한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벌인 뒤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뒤늦게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金炳九·李庚達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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