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근교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시에 자리한 미 국립보건원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NIH를 주축으로 15개 국가 350여개 연구기관이 지난 90년이후 30억달러를 투입해 매달려온 게놈프로젝트 초안의 완성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NIH의 대규모 염기서열 분석팀의 책임자인 제인 피터슨 박사는 최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게놈프로젝트 초안이 오는 6월15일경 발표될 예정"이라면서 "초안에는 99.9%(1천개 염기마다 1개의 오류를 허용한다는 뜻)의 정확도를 갖는 인간유전체 정보의 90%(28억쌍의 염기서열)가 담겨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오차를 줄이기 위해 DNA조각을 붙여 염기를 해독하는 염기서열 분석 작업을 컴퓨터를 이용해 반복하고 있다"면서 "초안에 이어 오는 2003년까지 31억쌍의 염기서열이 모두 해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 유전자 수는 10만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기능이 밝혀진 것은 약 9천개. 따라서 게놈의 해독은 나머지 9만여개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게놈 해독을 통해 인간 유전자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면 이를 바탕으로 각 유전자의 작용을 알아내 결함을 수정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생명공학적 응용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인간의 염기서열 정보를 담은 게놈초안은 난치병 정복에 도전하는 세계각국의 병원, 제약회사, 대학, 연구소들에 유용한 정보가 될 전망이다.
피터슨박사는 염기서열 정보의 사용과 관련, "게놈초안을 미 국립생물공학센터(NCBI) 웹사이트에 올려 세계 각국의 생명공학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NIH가 특허를 낸 것은 하나도 없으며 특허는 이런 염기서열 정보를 이용해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낸 주체가 각각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제까지 과학자들은 인간유전자지도의 실체가 드러나면 인간의 삶에 혁명적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용어로, 생물에 담긴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한다. 인체는 수조(兆)개의 세포로 이뤄져있으며 각 세포핵에는 1쌍의 성염색체(여성은 XX, 남성은 XY)를 포함한 23쌍의 염색체가 자리잡고 있다. 염색체는 생물체의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의 덩어리다.
유전자의 비밀이 담겨 있는 DNA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4가지 염기가 나열된 이중나선구조로 돼있다. 사람의 경우 세포마다 대략 30억쌍의 염기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바로 이 30억쌍의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 가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염기의 배열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각종 생리현상에 관계되는 단백질의 생성과정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DNA의 염기배열 정보는 DNA와 구조가 비슷한또 다른 유전물질 RNA로 전달된다. 이 RNA의 염기 3개에 맞춰 아미노산 하나가 만들어진다.
아미노산은 인체에서 다양한 생리현상을 주관하는 단백질의 기본단위. 따라서 DNA의 염기배열에 따라 궁극적으로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지가 결정된다. 염기배열만 알면, 즉 염기 3개의 성분이 무엇인지 알면 어떤 아미노산 1개가 들어지는 가를 알 수 있다.
미 국립암센터의 김성진 박사는 "단백질 합성과 세포복제를 명령하는 DNA안의 인간염색체의 염기서열 지도를 들여다보면 어느 부분이 손톱을 만들고 심장과 머리카락을 만드는 곳인지, 피부나 눈동자의 색을 결정하는 곳인지 알 수 있게된다"면서 "DNA에 어떤 변이가 생겨나 세포가 제 구실을 못하고 결국 질병과 노화를 일으키게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간 DNA 배열은 거의 99.9%가 같지만 그 배열상의 변동은 질병 발생 위험과 치료제에 대한 반응 그리고 치료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있다. 따라서 이 DNA 배열작업이 완료되면 유전적 성격을 가진 모든 질병의 유전적요인과 다발성경화증, 암, 고혈압, 정신분열증같은 복잡한 성격을 지닌 일반질환의 원인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질병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해 예방할 수 있을뿐 아니라 질병마다 정확하고 개별적 요법을 설계할 수 있으며 개인차이에 따른 맞춤약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그러나 게놈의 초안이 완성됐다고 해서 인간의 불로장생이 당장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내는 후속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이런 기능분석작업은 지금까지 해온 염기서열분석보다 훨씬 많은 연구예산과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생명공학벤처회사인 셀레라사의 정책기획팀의 폴 길만 박사는 "유전자와 단백질의 기능을 밝혀내야 실제 이런 게놈프로젝트가 난치병정복을 통한 인간생명연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런 것이 가능하려면 수십년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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