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암정복 시기 앞당긴다

25개 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국립보건원(NIH)내 한 임상연구동에서는 빡빡 깎은 머리를 감추려는 듯 모자를 깊게 눌러쓴 퀭한 눈빛의 어린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있다.

'빌딩 10'으로 명명된 이 건물은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더 이상 회생을 기대할수 없는 암환자들이 새로 개발된 신약의 기적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임상실험을 자청해 입원해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내부 심사를 거쳐 입주가 허용되는 이 임상연구동은 암에 관한 풍부한 임상데이터를 공급하는 곳이기도 하다.

놀라운 의학발전에 힘입어 암정복을 향한 인류의 꿈도 조금씩 진전을 거둬가고 있지만 여전히 암선고는 사망선고나 다름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미국의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암정복 시기가 훨씬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IH산하 암게놈연구소의 김성진박사는 "암발병 부위의 염기서열과 정상적인 상태의 염기서열을 비교해보면 어떤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해 암이 생겨났는 지를 쉽게 판별할 수 있어 원인규명이 빨라지고 적절한 치료법도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암게놈연구소는 지난 97년 게놈자료를 이용해 암발병 유전자를 규명하려는 CGAP(Cancer Genome Anatomy Project)에 착수했다.

이 연구소의 린네트 그라우스 박사는 "CGAP는 염색체 변이 및 관련 유전자를 도출하는 프로젝트"라면서 "지금까지 염색체 1, 7, 14, 16, 18, 22번이 완결됐으며 현재 5, 12번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GAP는 한마디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축적되는 유전적인 변화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산출해내려는 계획이다.

국립암게놈연구소는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의 대학, 연구센타, 기업의 연구팀이 CGAP의 웹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CGAP는 우선 △인간의 암이 발달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전부 판별하고 또 새로운 인간의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를 수행하며 △인간의 조직을 분자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위해 조직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기술, 분석방법, 정보 등을 집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형돼 가는데 관련된 특정한 염색체의 변화를 상세히 체크할 수 있는 도구와 △암에 중요한 유전자의 유전적인 변화를 판별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심혈을 쏟고 있다.

이밖에 쥐에서 암을 유발시키고 암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유전자의 변화를 알아 인간의 암화과정에 적용하려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CGAP는 시작당시 미국의 5대암인 유방암, 대장암, 폐암, 전립선암, 난소암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중 전립선암과 뇌암의 경우 이미 12개의 암관련 유전자가 발견돼 DNA칩을 이용, 초기 진단이 가능한 상태다.

이밖에 국립암게놈연구소는 SNP(단일유전자변이) 발굴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발굴된 유전자가 어느 정도 암과 관련성이 있는 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현재 1만개 이상의 유전자변이를 확인했다.

그라우스 박사는 "각종 암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암유전자를 규명해내는 것이 1차 목표"라면서 "한국도 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으나 상호 호환성문제로 인해 연구방법이 우리가 하고 있는 것과 동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립암게놈연구소는 기초과학, 암생물학, 암의 조절과 인구과학, 암역학과 유전학, 예방, 임상과학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예산은 29억7천만달러이고 내년에는 41억3천500만달러의 예산이 신청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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