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린공간Q '성에 대해 알고 싶은 영화제'

영화에 넘쳐나는 것이 '성(性)'이다.최근 들어 TV 시트콤에서조차 동성애 문제를 다룰 정도지만 여전히 '성'은 꺼내놓고 얘기하기 어려운 소재. 그동안 성을 소재로 한 뛰어난 영화들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벗는 것=야한 것'이란 예외 없는 등식으로 인해 많이 훼손됐기 때문.

열린공간 큐(옛 수성극장)가 성을 소재로 한 수작영화들을 한 자리에 모아 '성에 대해 알고 싶은 영화제'를 마련했다.

'성'을 얘기한다고 모두 야한 것이 아니다. 우디 앨런의 '당신이 섹스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72년 작)은 특유의 블랙 유머로 성을 희화화한 작품. 성에 대한 현대인의 강박관념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여성의 가슴이 거대한 괴물로 변해 인간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압권. 초기 우디 앨런의 재기발랄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폭소가 터지는 국내 미개봉 걸작.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1999년 작)은 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작품. 아내의 성 환상에 사로잡힌 젊은 의사의 우울한 심리를 뛰어난 형식미와 영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실제 부부인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니콜 키드먼의 연기가 뛰어나다.

'베티 블루'(86년 작), '크래쉬'(96년 작),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89년 작) 등은 성을 소재로 했지만 엄밀히 말해 성 호르몬 분비에만 목을 매는 에로영화들과는 차별을 이룬다. '베티 블루'의 베아트리체 달, '요리사 도둑…'의 헬렌 밀러, '크래쉬'의 데보라 웅거 등 주연배우들의 체모가 드러나는 장면도 많다. 그러나 진지한 주제의식에 의해 에로틱한 느낌이 묻혀버리는 느낌. '요리사 도둑…'은 피터 그리너웨이의 색채감이 뛰어난 작품이지만 국내 비디오로 소개되면서 워낙 많이 잘려나가 의미전달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파올로 파졸리니의 '살로 소돔의 120일'(75년 작)을 비롯해 18편이 소개된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72년 작)와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차타레 부인의 사랑'(81년 작)을 제외한 16편은 모두 오리지널 버전. 특히 '아이즈 와이드 셧'은 국내 개봉을 추진중인 작품이라 논란의 여지도 있다.

기획을 맡은 최해만씨는 "뛰어난 작품이면서도 야한 영화로 치부돼 묻혀버린 것이 안타까워 영화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입장료는 3천원. 문의 053)742-7356-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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