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주주 포기설' 인출사태 촉발

영남종금의 갑작스런 자금 유동성 위기와 이에 따른 영업정지에 대해 대주주인 학교법인 영남학원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학원 재단관계자는 지난 15일 영남대 개교 기념식에서 '영남종금이

망할 지경'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에는 영남대 교수, 직원 300여명 이외에도 외부 인사 200여명이 있었다. 그는 16일 영남이공대 개교 기념 행사장에서도 100여명의 교직원,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비슷한 논조의 발언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감이 높아가던 시점에서 그의 발언은 곧바로 영남종금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영남종금에 따르면 16일부터 뭉칫돈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수십억원이 넘던 일일 운영자금은 동이 났다. 17, 18일에도 이같은 움직임은 계속됐다. 직원들은 이때까지도 어떤 이유로 예금 인출사태가 빚어지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19일이 지나면서 수백억의 돈이 빠졌고 23일이 되자 자체적으로는 인출사태를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발언 당일인 15일 주가는 전일장 1천40원에

서 925원으로 내려 앉았다. 17일 765원, 19일 700원을 기록한 뒤 22일부터 3일 연속 하한가를 보였다. 일주일만에 하락률이 60%에 육박했지만 이 기간 종합주가지수는 9%, 여타 종금사 주가는 10%정도 내렸다.

영남종금 노조 한 간부는 "회사 회생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판에 재단인사가 공식 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예금을 중도 인출한 한 고객은 "일주일 전부터 대주주의 영남종금 포기

설이 돌아 곧바로 돈을 찾았다"며 "고액 예금자들이 만기일 이전에 이자 손실을 각오하며 줄줄이 돈을 인출한 것은 영남학원의 종금 포기설이 시중에 나돈 탓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발언의 당사자는 25일 "영남종금을 어떤식으로든 살리는데 동의하지만 당시 영남종금이 처해있던 상황을 설명했을 뿐"이라며 "이런 발언이 주식과 예금인출 문제와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全桂完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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