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따라 떠나는 기차여행

여행지를 물색하다 막힐 때, 문득 혼자 떠나고 싶을 때는 무작정 기차에 몸을 실어 보자.

삶의 여정이 녹아 있는 역을 따라가다 보면 볼거리, 먹을 거리, 놀거리가 연해있다. 여행지에서의 감흥은 뒤로 하고도 출발할때나 귀로에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일상에서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역과 인근 여행지는 교통편이 잘 연결돼 있어 운전의 피로감없이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예 천 역

예천은 한가로운 전원속에 절경이 가득한 곳이다.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고즈넉한 여행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예천역에 발길을 내리면 좋다. 드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내성천과 나직한 산들이 여유로운 시골취를 느끼게 한다.

예천역에서 7km 떨어진 선몽대는 넓은 백사장과 송림이 펼쳐있어 운치가 가득하다. 이곳은 퇴계 이황의 종손 이열도가 학문을 닦기 위해 지은 명당. 선몽대앞을 흐르는 내성천은 수심이 한 길을 넘지않아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숲은 야영지가 마련되어 있어 캠핑도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동운부군옥'을 편찬한 권문해 선생이 건립한 초간정도 예천역에서 가깝다. 잘 자란 소나무숲과 주위를 감싸는 하천가에 서면 시심이 샘솟는다.

내성천에 안긴 강마을 회룡포도 빠뜨릴 수 없는 곳. 달랑 7가구가 사는 섬마을이지만 백색의 모래사장이 푸른 물결과 맞닿아 절경을 빚어 낸다. 회룡포에서 도보로 40분 거리에 장안사가 있다.

◈봉 화 역

봉화에는 생각밖으로 명승지가 많다. 청량산도립공원이나 오전약수 등 인적이 드문비경이 즐비하다.

봉화역에서 20여km 떨어진 청량산은 산전체가 기암괴석으로 금탑봉을 비롯한 12개의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다. 높지는 않지만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곳이다. 주변경관이 정신을 맑게 한다는 말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유리보전이 있는 청량사에서 10분쯤 가면 퇴계 이황이 수학했던 청량정사와 김생굴, 공민왕당, 웅진전 5층 사리석탑 등 많은 볼거리가 등산객들을 맞는다. 위장병에 좋은 오전약수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쑥밭약수라고도 불리는 오전약수는 피부병과 위장병에 좋은 청정수로 탄산철이 함유되어 있어 톡쏘는 맛이 강하다. 약수터에는 황기를 넣고 푹 곤 황기백숙을 맛볼 수 있는 토속음식점이 많다.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각화사는 봉화역에서 동남쪽으로 30여 km 떨어진 각화산에 자리잡고 있다. 두드러진 문화재는 없지만 한적한 산사의 정취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민박할 곳이 없어 춘양이나 봉화에서 묵어야 한다. 춘양면의 석문동계곡도 때이른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 풍부한 계곡수, 우람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암반, 울창한 수풀리 우거진 멋들어진 골짜기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