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저주(咀呪)를 시작한 것은 카인부터라고 성서(聖書)는 기록하고 있다. 이브의 아들인 카인은 그의 동생 아벨과 항상 경쟁 상대가 됐다. 여호와가 카인의 공물(貢物)에 대해 냉담하자 그는 동생을 저주한 나머지 아벨을 죽이고 말았다. 저주받은 카인은 결국 낙원에서 추방당했다. '저주는 천상에 있는 영혼을 지옥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까지 말한 문학가도 있지만 저주는 인간을 비극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 마련이다.
이즈음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증오형 살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자식이 친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계모가 어린 딸을 학대하다 뇌사상태에 빠뜨린 뒤 숨지게 했다. 돈을 원없이 써보기 위해 10개월간 9명이나 죽이고, 한 중학생은 아버지의 꾸중을 듣고 낯모르는 여중생을 살해했다. 오락실 자리다툼을 하다 일어난 고교생 살인사건도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패륜(悖倫)범죄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97년에는 796건이었으나 98년에는 1천160건으로 45.7%나 늘어났다. 이어 지난해는 1천379건으로 1년전에 비해 다시 18.9%가 증가했으며, 올 들어서도 414건이 발생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학력.경제력과는 관계없이 일어나고, 그 수법도 날로 흉포해진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 명문대 휴학생의 친부모 토막살해 사건은 천륜(天倫)마저 무너져내리고 있음을 절감케 했다. 평소 지극히 온순하고 평범한 성격인데 부모의 무관심과 꾸중을 참지 못해 짐승보다 못한 짓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부모는 인격적인 모독으로 나의 사회적 의지를 박탈시키고 내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라는 '저주'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전통적인 가정이 해체되면서 그 구성원 사이에도 경제적 공유만 남고, 최고만 추구하고 인간의 기능적인 면만 중시하는 풍토가 병든 사회를 만들고 패륜을 낳는다는 진단도 나왔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사회 전체가 이성과 합리성에 대한 믿음을 잃고 아노미상태로 기우는 데 대한 극단적인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가정과 학교의 인성교육 강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규범 회복이 절실하기만 하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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