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의 최대 관심사는 제2차 금융구조조정의 향방이다. 이제 막 연기가 피어오르는 상태라 불길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는 아직 안개 속이지만 피해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금융구조조정'이란 단어 자체를 꺼려했던 대구은행은 그래서 요즘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다른 은행과의 합병 없이 지역밀착 지방은행으로 독자생존하는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1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거액의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는 실익은 물론 합병을 요구하는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 각종 영업지표가 호전세를 이어가고 있어 실적을 따져도 독자생존하는 데 손색없다고 말하고 있다.
안전한 은행을 찾아 자금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올들어 4월까지 은행계정으로 5천784억원의 예금이 들어온 것은 시장이 대구은행의 안전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또 지난해 308억원 순이익으로 지방은행 1위, 17개 일반은행 중 6위에 랭크된 데 이어 올해 4월말 현재 548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은행은 그러나 구조조정이 영업실적 같은 지표로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란 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진행된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지방금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면서 지방금융만 퇴출 및 인수합병이란 십자포화를 맞은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단위 금융기관들은 부실정도가 심해도 국가경제에 파장이 크다며 정부가 구제했었다.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도 위축돼 있기는 마찬가지. 수신고가 떨어지고 우량 거래처가 빠져나가는 추세여서 금융구조조정의 파고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하고 있다.
24일 영업정지조치를 당한 영남종금은 그동안 추진해온 몇몇 생존대책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로 본격 금융구조조정에 앞서 쓰러진 경우다.
지방금융사의 존재 필요성을 부정하거나 간과하는 지역민은 드물다.
모 건설회사 대표는 지방에 본사를 둔 대형 금융기관의 유무는 그 지역 경제의 성쇠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대동은행이 퇴출된 뒤 국민은행으로 거래를 옮긴 기업 상당수가 결국 거래를 중단당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책임자가 본부장에 불과해 사업상 애로를 하소연해봐야 먹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구은행 한 간부는 충청은행, 강원은행이 문을 닫은 뒤 해당 지역 금융규모가 30%이상 축소됐다는 조사가 있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모 은행 과장급 행원은 거래처를 개발하라는 서울 본점의 성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대구은행 거래처를 빼내는 일만은 삼간다고 말했다. 직장은 시중은행이지만 몸담고 사는 터가 이곳인데 지방은행 위축돼서 좋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지방금융기관은 지역사회와 공동운명체 관계에 있다.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방 금융기관은 지방경제의 견인차인 것은 물론 문화.체육.교육.사회부조 등 경제외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방금융이 실종하면 전국규모 금융과 지방금융간 병존으로 이룰 수 있는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기관 모두가 몸집키우기에 나서 몇 개의 대형으로 재편성되는 것이 금융소비자에게 꼭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이 보고서 결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금융구조조정에서 지방금융을 살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지렛대의 한 축은 지역민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李相勳기자 azzz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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