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가락 종기가 곪았어요…반지가 안 빠져요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 않을 수도 없고…"

사소한 불편도 서슴없이 119구조대에 전화를 걸어대는 얌체족 때문에 대구시소방본부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6시쯤.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 사는 박모(40)씨가 팔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중부소방서에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119를 요청했다. 구조대원들은 황급히 출동해 박씨를 인근 중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통증은 손가락에 난 상처가 곪은 정도. 구조대원들은 황당하고 씁쓸했지만 속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지난달 중순 40대 여자가 눈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다급하게 119구조대를 불렀으나 한쪽 눈 주변이 긁힌 정도였다. 119를 이용할 경우 병원 이송 비용이 들지 않고 응급실에 빨리 들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 응급환자로 위장하는 경우가 이처럼 비일비재 하다.

지난 10일 밤 8시쯤에는 대구시 중구 봉덕동 주택가에 뱀이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 다닐 수가 없다는 신고가, 9일 오후 1시30분쯤에는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에 사는 박모(20·여)씨가 손가락에서 반지가 빠지지 않는다는 신고로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지난달 24일 새벽 0시쯤 대구시 동구 모빌라에 사는 박모(33)씨가 아내가 문을 잠근 채 깊은 잠에 빠져 집에 들어갈 수 없다며 도움을 요청, 동부소방서 대원들이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5층 베란다로 들어가 문을 열어주기도 했다.

대구시소방본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신고전화 3천여건 중 60% 이상이 긴급하지 않는 전화.

대구시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사소한 문제라도 출동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진짜 응급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민 스스로 신고 전화를 자제 해 줄것"을 당부했다.

李庚達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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