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림·산림인-10)지상 좌담회

신록과 식재의 계절을 맞아 산림과 자연의 소중함 등을 재차 인식하고자 두달여 진행해 온 산림·산림인 기획시리즈가 이번 회를 끝으로 막 내린다. 산림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 그래서 산을 닮은 사람들의 인생과 성공한 삶을 소개하며 격려의 갈채를 보내기도 했고 산불현장을 돌아보면서는 '잿빛 사막'의 그 처참한 형상에 소스라치기도 했다.

마지막 회는 현장을 돌아본 그 간의 시리즈를 바탕으로 산림관련 전문가들로 하여금 우리의 바람직한 산림정책 등을 두고 지상(紙上) 좌담회를 갖기로 했다. 여기엔 경북대 임학과 홍성천 교수와 경북도 우병윤 산림과장, 독림가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동아농원 함번웅 대표 등을 초대했다.

-우리 산주의 경우 10㏊(3만평)이하 규모 산주가 95%나 되고 평균소유면적이 2.5㏊에 그쳐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업에 대한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홍성천 교수=산주의 소유 규모가 영세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흩어져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산림경영을 위해선 산지·지형별, 행정구역 등을 고려, 최소 경영단위가 될 수 있는 면적, 즉 100㏊이상의 산림을 한데 묶어 영림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독일의 경우 정부가 100㏊이상을 한 영림계획구로 조·육림, 단기 임산물 소득원 개발 등 다목적 산림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그 수익을 소규모 산주에게 되돌려 주고 있습니다. 결국 산지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자는 것이지요.

▲함번웅 대표=산지경영에 대한 홍보도 중요합니다. 소규모 산주들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영은 가능하면 산주가 직접하는 것이 '열정적'이어서 가장 바람직하지만 산림조합에 위탁 경영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그도 한 방편이라고 봅니다. 또 각 지역의 임업후계자들과 합작 경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우병윤 과장=소유규모를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개인 재산권 문제란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정부가 세제나 금융지원 혜택으로 개인이 대규모의 산림을 소유하고 경영하도록 유도하는게 필요할 것입니다. 가령 재산세나 상속문제도 소유규모로 차등화하지 말고 적정규모까지는 동일하게 하고, 규모를 키워 전업으로 임업에 종사하는 이에겐 획기적인 금융지원을 하는 방법 등으로 소유규모를 높이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단기소득 임산물을 생산하는데 적정규모는 3~5㏊라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임업 종사자이건 종사하려는 사람이건 투자만큼 회수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인 실정입니다. 은행상품마냥 '얼마의 산을 소유하고 있을때는 주산물은 무엇, 부산물은 무엇으로 해 얼마의 기간이 지나면 이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식의 '표준산림모델' 이 나와주면 좋겠는데요.

▲우 과장=그같은 모델로 일정규모 이상의 임장에서 장기적으론 목재를 생산하는 한편 단기소득원 작물을 재배하는 복합경영을 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정부도 기술과 경영자금 지원 등을 마련하고 있어 앞으로 산주들의 자율적인 산림경영 참여가 점차 확산될 것입니다. 복합경영으로 성공한 모범적 경우가 바로 함 대표지요.

▲함 대표=산림청이 사유림 소득증대의 한 방안으로 지난 98년부터 산림복합경영을 전국에 시행중입니다. 그 첫번째 시범장이 저희 농원이기도 합니다만 연간 300~400명 정도가 다녀가고 있어 복합경영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홍 교수=은행 예금상품과는 다르게 투자에 대한 수입예측이 어려운 것이 산림사업입니다. 산림은 상품생산에 긴 시간이 필요한 반면 시장수요는 급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령 어떤 지역은 표고버섯 재배지구, 또 다른 곳은 송이 또는 장뇌 개발지구 등으로 다양한 산림경영모델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든 우리는 가장 빠른 시간내 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손꼽히고 있는데요. 지금까지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든다면.

▲함 대표=먼저 우리 인간이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산에서 얻어진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해야 합니다. 다음은 소득이 확실히 보장되는 산지 복합경영에 대한 교육이 절실합니다. 특히 우수한 의약 성분이 있는 우리 식물들을 적극 상품으로 개발, 세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 교수=지난 반세기 동안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이후 육림이 미흡했습니다. 새천년엔 형질불량한 임지에 대한 수종갱신 조림을 포함한 육림작업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개인산주에 맡기기보다는 국가가 투자한 후 목재수확때 수익금을 배분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또 간벌작업도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어선 안됩니다. 적자가 나지 않는 간벌작업이 될 수 있는 임업정책 개발이 시급합니다. 펄프를 수입하는 회사들이 수입물량 일정분을 국산재로 충당토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임업후계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도 중요한데 임학을 전공한 유능한 인재들이 산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재정·기술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 과장=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돼 집약관리 대상 산림을 정해 육림사업을 확대하고 기능인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등 장래 목재수요에 대처하기 위한 산지자원화 정책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경북도의 경우 산림의 74%를 차지하고 있는 사유림 경영 활성화를 위해 산에서 단기소득이 나오도록 하는 소득화 정책도 필요합니다.

-산림의 최대 천적은 산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선의 방안은 없겠습니까. 또 산불지역에 인공조림이냐 자연복원이냐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우 과장=선진국도 산불이 발생하지만 이는 낙뢰 등 불가항력적인 것입니다. 우리는 입산자 실화 등이 대다수여서 무엇보다 국민의 산불 조심 의식이 중요합니다. 산불피해지 복구엔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지만 산불로 인해 토사유출이라든지 산사태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산불로 인한 피해정도, 산림경영 목적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함 대표=개인산주들이 산에서 소득이 나오기만 한다면 애정을 갖게돼 산불은 자연히 많이 줄 것입니다. 산불이 난 곳은 자연복원이 원칙이며 동시에 복합경영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됩니다.

▲홍 교수=행정만으로 산불예방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국민들 서로가 산불감시자가 돼야 합니다. 산림을 향유할 권리만 내 세울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한 지킬 의무도 강조돼야 합니다. 또 정부도 산불진화에 소요하는 예산의 많은 부분을 예방에 투자하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야 합니다.

산불 난 곳의 인공복구라는 개념은 우리 산림여건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난 30년 동안 실시한 조림과 사방사업 등으로 불에 강한 참나무류가 번성하는 산지가 많아졌고 따라서 산불 피해지에서 살아남은 참나무 류의 맹아를 적절히 이용, 혼효림을 조성하는 방법 등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도 산림경영목적 등을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경북지역 산림면적은 135만 ㏊로 이중 90%가 30년생 이하의 육림대상 산림입니다. 최근 매년 3만여 ㏊정도 육림사업중인데 적정 육림물량은 얼마라고 보십니까. 또 그같은 사업을 하자면 산림기능인과 작업단 육성책도 뛰따라야 할 것 같은데요

▲홍 교수=결국 20여년만에 한번씩 손길이 갈 수 있다는 결론인데 안타깝습니다. 또 설령 예산이 확보된다 해도 작업을 담당할 인력이 넉넉지 못한 현실입니다. 산림 기능인과 작업단원들이 안정된 직장으로서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함 대표=특히 기능인 양성은 임업 투자비의 70% 정도가 노무비란 점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이들 기능인들이 일년 내내 일거리가 이어지지 않는데다 젊은이들이 기피, 노령화 되고 있는 등 향후 임산 정책에 적지않은 문제로 부각될 것입니다.

▲우 과장=우리 도의 육림대상은 80만㏊로 추정되며 육림관리는 10년주기로 실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볼 때 연간 약 8만㏊정도 육림작업을 해야 하지만 국가재정 형편상 약 50%수준에 머물고 있어 국가차원의 육림사업확대 실시를 계속 건의중입니다. 기능인의 경우 도내 23개 산림조합의 영림단의 572명에다 개인산주 등이 고용중인 일용 임업노동자까지 치면 약 1천여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1인당 약 1천㏊를 관리하는 꼴로 독일과 비교하면 10배나 차이가 나는 등 절대부족한 실정입니다. 또 연간 사업이 5~9월에 집중돼 안정적 소득 보장이 안되지요. 그러나 정부가 기능인 및 영림단 조직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 2007년까지 현재 수준의 2배에다 안정소득보장 도모책 등을 강구중에 있습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 과장=산림에 대한 투자는 국민의 삶의 질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분야란 인식하에 정부의 획기적인 투자 확대가 절실합니다.

▲함 대표=저는 금(金)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 산이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산에서 나무를 키우면서 가축을 사육하는 임간 초지 활용 가축 방목이 미래에는 굉장히 인기있는 사업이 될 것입니다. 산에서 나는 약재도 생약의 원료로 큰 부가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홍 교수=산지에서 생산되는 임산물은 산주의 소유이기도 하지만 자연경관, 국토보존 등 녹색공간으로서의 간접혜택은 국민 모두가 입고 있다는 점을 적극 감안, 정부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 행정부서 구조조정때 축소된 산림행정 인원을 적정숫자로 회복시켜주는 것도 시급한 국가정책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리·裵洪珞기자 bh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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