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노라면 끝이 보이지 않는 머나먼 외계 어디선가 태양이란 항성을 쳐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는 외계인이 있지 않을까하는 공상을 하게 된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공간 낭비',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지구인의 교만' 등과 같은 논리적인 따져묻기는 논외로 치자. 그저 순진무구한 상상만으로도 외계인과의 만남은 스릴 넘치는 일이니까.
영화 'ET'가 전세계를 휩쓸기 훨씬 전에, TV 드라마 'X-파일'의 주인공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인류는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탐사를 시작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최초의 외계인 탐사계획인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지난달 8일로 40주년을 맞았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지구 궤도를 돌기 1년전에 시작된 것. 외계인의 전파를 수신하려는 SETI 40주년을 맞아 과연 인류는 외계인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인류의 달 착륙보다 9년 앞서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탐사를 시작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그린뱅크 계곡 주변에 총길이 25m에 이르는 전파망원경을 설치하고 외계인의 전파 신호 수색에 나섰다. 드레이크의 실험은 유명한 '오즈마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졌고, 이후 60여개의 서로 다른 SETI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구인의 짝사랑만 계속되고 있을 뿐 '무심한' 외계인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찾는 번지수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만일 고등한 외계 생물체가 있다면 전파나 적외선으로 외계인의 존재를 찾으려는 지구인의 모습이 한없이 원시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전파나 적외선이 빛의 속도로 날아온다 하더라도 생명체가 있을 법한 먼 외계에서 지구까지 도착하려면 수천년이 걸릴 지도 모르기 때문. 외계인은 지구인이 상상조차 못하는 방법, 예를 들어 공간을 가로지르는 첨단 통신장치를 개발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외계인은 휴대폰으로 통화 상대방을 구하는데 지구인은 북소리만 찾는 셈이란 것.
무작정 외계인을 찾기 앞서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지구처럼 생물이 살 수 있는 행성은 우주공간에 얼마나 존재할까. 물론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줄 수 없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 내에만 태양계와 유사한 시스템이 수십억개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여기서 지구와 유사한 조건의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은 수 %정도.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다. 다만 조건은 비슷하지만 산소와 물 대신 메탄과 암모니아가 꽉 찬 환경의 행성이 있을 수도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바다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에 곧잘 비유한다. 해안가 절벽에 서서 물기둥을 내뿜는 고래는 볼 수 있지만 수면 아래를 헤엄치는 새우가 얼마나 많은 지는 알 수 없다는 것. 분명히 고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새우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 SETI 참여자들은 화성의 달인 유로파 지하에 얼어있는 바다가 가라앉아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다. 바로 코 앞에(?) 생명의 근원인 물을 담은 행성이 있는데 상상조차 못할 만큼 광활한 우주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생명체가 있다는 것과 지적 생물이 있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단순히 생명체만 있다면 인류가 이를 발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이들이 진화할 때까지 1억년 정도의 지긋한 인내심을 갖는다면 모를까. 6천500만년 전 지구에서 공룡 멸종이란 대사건이 없었다면 전파망원경을 들고 외계 생명체를 찾는 주체는 포유류인 인간이 아니라 공룡일지도 모른다. 지구가 특별한 예외가 아닌 이상 우주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가 인간이라고 속단하긴 이르다. 생쥐 만한 포유류의 조상이 인류처럼 지능 동물로 진화한 것을 보아도 생명체 진화는 우주의 보편적인 법칙인 것 같다.
골치 아픈 천문학은 그만두고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마음 착한 그리고 고도의 과학문명을 갖춘 외계인이 나타나 환경오염, 식량난, 질병 등을 퇴치할 비법을 알려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나 허황된 꿈일까.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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