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지형.경관에도 마음쓰라

지리학 용어로 하식애(河蝕崖)라 일컫는 강가의 바위절벽은 수려한 하천지형경관의 대명사로 불리운다. 지역에서는 안동 하회마을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부용대, 대구시 대봉동의 건들바위, 동촌유원지내의 바위절벽 등지가 하식애에 해당되는 지형이다. 그런데 최근 동촌유원지 근방을 한 번 쯤이라도 들러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호텔 증축공사로 인하여 마구 파헤쳐 져, 속이 훤히 드러난 하식애의 비참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지막하지만 왜소해 보이지 않고, 강가의 절벽이어서 접근하기에 쉽진 않지만 왠지 정겨워 보이는 바위절벽들, 어린 시절부터 대구에서만 줄곧 자라온 나로서는 수성유원지, 팔공산, 용두방천(신천), 달성공원과 더불어 동촌유원지는 어머니의 품과도 같이 포근한 곳이었다. 이처럼 정감어린 명소의 자연경관들이 적당주의 사고방식에 밀려 하나, 둘 사라지게 되면 앞으로 대구를 상징할 만한 자연경관들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 기회에 환경행정관련 부서에 한 가지 조언하고자 한다. 예컨대, 생태공원 조성의 경우 동.식물 보호에는 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이지만 정작 중요한 지형경관은 무생물이라서 그런지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지형경관만이 가지는 독특함과 그러한 지형경관이 인간의 정서함양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잘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또한 훼손된 지형경관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음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는 지역의 환경정책방향이 우리와 후손들의 정서함양은 물론, 쾌적한 삶을 유지하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형경관을 비롯한 모든 자연환경을 가능한한 자연 그대로 보호해야 한다. 이것은 자라나는 어린 세대의 올바른 환경교육을 위해서도 더 없이 중요하다.

전영권.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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