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추락한 시민운동가

"술에 만취한 상태라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성추행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은 재판과정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미성년 여대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30일 전격 구속된 시민운동가이자 교수인 장원(43)씨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술'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장씨의 변명 아닌 변명은 그가 한 때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비도덕적 정치인 퇴출을 주장했던 명망높은 인사였다는 사실을 무색케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단지 팔베개를 하고 누웠을 뿐인데 아직 어린 오양이 남녀관계를 잘몰라 이를 성추행으로 오해해 빚어진 일이라며 책임을 오양에게 떠넘겼다.

그의 말대로라면 뭘 모르는(?) 10대 여대생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자신이 억울하다는 것밖에 안된다.

그러나 과연 장씨의 행동이 억울함으로 덮어질 성질인지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더구나 경찰에 체포된 직후 변호사를 통해 성추행 사실을 시인했던 것과는 달리 하루만에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해 정직한 시민운동가이길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진실은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자신의 말대로 심야 호텔방에 어린 여대생과 단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장씨는 변호사를 통해 오양과 합의를 하고 있다며 담당 판사에게 영장심사를 2시간가량 늦춰주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자신 때문에 시민운동단체가 도매금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는데도 개인의 억울함만 호소하며 사건 자체를 무마하려 한 시민운동가의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고 너무나 서글프게 다가왔다.

지난 98년 모 여성단체가 뽑은 '만나고 싶은 남성 99인'에 선정됐던 장씨가 올해는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남성' 1위가 될 확률이 높아만 가는 것 같다. 사회2부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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