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주색에 지나치게 탐닉하다보면 자신의 일생을 망치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나라까지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절세의 가인을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도 하였으니 이 말은 '나라가 기울어지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미인을 뜻한다. 중국으로 치면 은나라 주왕의 달기, 월(越)나라 구천의 총희 서시, 당 현종의 양귀비 등이 모두 이에 해당된다.
주색(酒色)에 관련된 지도계층의 도덕적 타락이 부쩍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386'세대 의원들이 5.18날 저녁에 여자까지 낀 호화판 술판을 벌인 것으로 지탄을 받더니 이번에는 앞길이 창창한 대학교수와 시민운동단체의 간부가 성(性)추행 혐의로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의 탈선이야말로 꾸짖어 마땅할 것이고 당사자들도 유구무언(有口無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최근 잇달아 불거지는 사회지도계층의 술과 여자에 관련된 스캔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처럼 분별없이 흥청대는대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우선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기업의 접대비로 흥청대는 나라가 없다. 지난 97년 우리 기업들이 쓴 접대비의 총액은 그해 정부 예산 71조원의 5%인 3조4천988억원이었다. 98년도 접대비는 3조5천254억원으로 외환위기의 와중에도 기업은 교제하고 사례하고 로비하는데 거금을 쏟아 부었다. 같은 기간동안 우리 기업들은 학술 및 연구지원비 등에 97년 1조8천784억원, 98년 1조4천36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시말해 우리 기업들은 '술에 취하고 여자에 몽롱해진 가운데' 업무를 추진하고 '쇼부(勝負)를 치는' 구태의연한 기업활동에 여전히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이런 기업 풍토와 근래들어 밀려드는 외래(外來)의 성개방 물결 등이 어우러져 부분적이긴 하겠지만 술과 여자로 불야성을 이루는 도덕적 사각(死角)지대를 이루는게 아닌가 싶다. 미국의 경우 20달러 이상의 선물받는 것도 금지하고 있고 일본은 공무원윤리법을 제정, 지금 한창 '접대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판에 우리는 386세대마저 이 문제에 관한한 마비된듯 보이니 이래서야 될까. 21세기의 지도자에게도 주색이 경국(傾國)의 근원이자 망신(亡身)의 뿌리임은 옛과 마찬가지임을 덧붙인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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