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성 용도변경 시비로 논란을 빚었던 밀리오레가 옛 국세청 대우호텔 부지 인수 를 확정했다. "환경.교통이 우선인가, 경제가 우선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대구시는 '경제'를 선택했다. 따라서 내년에 곧바로 나타날 도심집중화 문제와 교통대란 문제는 대구시가 풀어야할 과제로넘겨졌다.
대형판매시설, 즉 밀리오레의 허용으로 대구시가 안고 가야할 숙제들은 벌써부터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구시는 국채보상로(옛 한일로)에 의류 점포 2천개가 들어 서는 대형 판매시설을 허용, 도심의 심각한 교통유발에 대한 획기적 대안을 내놔 야 하게 됐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교통영향평가 초기부터 도심지 주차상한제 (교통유발을 억제하기 위해 건축물의 주차장을 일정 대수 이하로 제한하는 것)에 발목이 잡혀, 주차면수만 줄이면 판매시설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다는 한계가 있 었다. 대구 도심의 통과 속도가 시속 22km로 전국 대도시 중 교통흐름이 가장 원 활한데도 굳이 주차면수를 하한 제한해 차량수를 줄인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기 때 문이다.
주차상한제는 서울에서 이미 실패했다. 명동, 동대문시장 일대 등에 시행된 이 주 차상한제는 오히려 도심 혼잡을 불러 서울시가 결국 교통특구로 지정할 수밖에 없 는 실패한 제도로 확인돼, 향후 도심 교통대란에 대한 대구시의 고민은 지금부터 가 시작인 셈이다.
더구나 밀리오레 교통영향평가의 통과로 국채보상로 주변에 있는 대형 빌딩들이 업무시설을 판매시설로 전환하는 것까지 허용돼 버렸다. 따라서 도심 교통문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는데도 대구시는 주차상한제에 발목이 묶여 뚜렷한 대안 이 없는 지금이다. 도대체 이를 어찌할 것인가. 많은 시민들은 교통영향평가 심의 위원들이 한결같이 약속했던 '추가 교통영향평가' 등 해결책이 현실성 있는 장 치로 마련될지 지켜보겠다는 태세다.
최종 교통영향평가에서 "추가 설계변경을 하지 않겠다"는 밀리오레의 공언을 명 시할 수 있는 대구시의 각서 요구도 필요하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전시.문화시 설을 대폭 확충해 시민들에게 서비스하겠다는 내용도 밀리오레만의 선언으로 끝나 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파트 숲으로 변한 수성구 옛 코오롱부지의 섬유박물관 계획이 업자의 이익과 대 구시의 방임으로 슬그머니 사라졌던 게 바로 엊그제의 일임을 시민들은 잊지 않는 다. 중심업무시설 유치라는 명분의 북구 침산동 일대 대한방직, 제일모직 부지 개 발 계획도 공장 소유 업체들에게 아파트 부지 매각이라는 '단물'만 줬고 공공. 상업.업무시설이라는 공익적 개발은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대구시가 업자들의 말 만 믿고 시민 전체의 이익을 외면한 탓이라는 비난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밀리오레의 대우호텔 인수로 대구시가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 이전을 추진했던 중구 교동 전자 상가도 도심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 민간자본을 중심으 로 1조500억원이 들어간 종합유통단지는 일부 판매시설이 문을 연 상황에서도 입 주가 되지 않고 있다.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대구시 간부가 '종합유통 단지에 도소매시설을 유치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발뺌한다면 그야말로 무 책임한 대구 행정이 되고 만다.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환경보다 경제(밀리오레)를 선택한 이상 도시계획.교통 모 든 부분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관련 업계에 미칠 파장까지 철저히 점검하고 분석해 서 그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시한은 1년이다.
崔正岩 기자 jeongam@imaeil.com, 全桂完 기자 jkw6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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