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퇴진 거부…'제2 왕자의 난'조짐

현대 사태가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등 오너 '3부자'의 경영일선 동반퇴진 선언으로 일단락되는 듯 하다 또다시 암초에 부닥쳤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동반퇴진을 정면거부, 정씨 일가의 내분사태라는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K(정몽구)의 반발은 부친인 정 명예회장에 대한 '항명'의 성격이라기보다는 지난 3월말 MH(정몽헌)와의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분석이 우세해 후계구도를 둘러싼 '제2 왕자의 난'으로 이어지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 왜 반발하나=정몽구 회장측이 내세운 논리는 무엇보다도 MK는 현대사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따라서 책임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역시 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더라도 MK는 '책임 전문경영인'이므로 동반퇴진할 필요가 없다는 명분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사전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거론, 발표의 절차상 하자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MK 진영의 속내를 들여다 볼 때 이번 반발은 동반퇴진 선언이 MH 휘하의 그룹 구조조정위원회가 의도적으로 기획한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에 근거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아버지(정 명예회장)의 '진의'라기보다는 자신을 치기 위한 또다른 MH의 도전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만에 하나 아버지의 뜻이라고 하더라도 동반퇴진을 인정하기에는 억울한 점이 많다는 소리다. MK의 한 측근은 "오늘 저녁 식사자리에서 정 명예회장이 '원리원칙대로 경영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한다'고만 말했을 뿐, 정몽구 회장이 퇴진하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MK나 MH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만 MH에게는 남북경협 사업을 맡기고 MK에게는 아무런 몫도 돌아오지 않은 점도 불만요인이 되고 있다.

◇MK-MH 앙금이 한 원인=이처럼 정몽구 회장이 반발하는 궁극적인 원인은 3월말 경영권 분쟁이라는 구원(舊怨)에 있다. 당시 금융부문 장악을 위한 양측의 경영권 다툼은 결국 정 명예회장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 MH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MK측은 내심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양측의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최근 정 명예회장이 MK가 운영하는 현대자동차 지분 9%를 매입한 것도 MK로서는 당혹스런 대목이었다. MK측은 겉으론 동의했으면서도 내심 MH측이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이용해 MK를 견제하려는 한다는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향후 전망=물론 MK의 반발이 반드시 MH에 대한 견제심리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번에 확실히 자동차 경영권을 지켜내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지난번 경영권 분쟁때 MK와 MH의 대립은 정 명예회장의 교통정리로 해소됐지만 이번엔 양상이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날 정 명예회장이 직접 두 형제를 불러 자신의 의중을 전달했음에도 MK가 여전히 반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MK로서는 결국 아버지가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라고 하더라도 퇴진할 의사가 없는 셈이고 실제로 이를 강제할 수단도 현실적으로 없다.

현대주변에서는 이에 따라 MK와 정 명예회장간의 지분대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4%로 우호지분인 현대정공의 7.8%를 합치면 11.8%다. 정 명예회장이 최근 매입한 지분은 6.8%로 곧 9%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 명예회장의 9%에다 현대건설의 2.8%를 합치면 11.8%로 정몽구 회장과 동등지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쪽은 자사주 추가매입여력이 2천500억원에 달해 지분대결면에서 확실히 우세하다. 그러나 현대 특유의 조직문화상 지분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일각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다시 나서 MK-MH의 몫을 재정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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