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첫 대상은 현대-막 오른 재벌해체

'DJ노믹스'에서 재벌해체는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다. 세계적인 흐름이나 국내 경제주체들의 인식 변화도 재벌들에게 점차 설 땅을 주지 않는다. 한국 재벌의 변화- 그 형성 과정만큼이나 힘겹고 탈도 많을 이 작업이 과연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경제사에 큰 획을 그을 이 '사건'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몽구·몽헌 회장의 동반퇴진은 한국 경제사의 한 획을 긋는 혁명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의 보호와 금융기관의 집중적인 지원 아래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경제를 일으켜 세우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재벌체제. 그 체제가 역사적 소임을 마치고 새로운 패러다임인 '전문경영인 시대'에 바통을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정몽구·몽헌 회장간 후계다툼에서 촉발된 '왕자의 난' 이후 현대가 보여준 행태는 재벌의 족벌 경영체제가 국가 경제와 투자가들에게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과 시장에 엄청난 불신을 안겨줬고 그 결과는 현대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으며 결국 50여년을 꿋꿋하게 버텨온 거대기업 현대 오너들의 경영일선 퇴진으로 마무리됐다.

재벌이 그동안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와는 별개로 자본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시장은 더 이상 재벌체제를 용납하지 않기 시작했다. 생산의 효율성과 경쟁력 면에서도 재벌의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재벌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사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오너의 전횡을 어느 정도 묵인했던 주주들도 이제는 재벌체제에 확실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따라서 정부, 시장, 주주 등 어떤 세력도 더이상 재벌체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으며 '재벌 총수의 역할은 끝났다'고 보고 있다.

재벌해체의 요체는 기업지배구조 혁파다. 기업지배구조는 누가 기업의 경영을 주도하며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느냐를 나타내주는 통치체제다. 기업지배구조의 내부장치로는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 등이 있다. 또 외부장치로는 경쟁력없는 기업이 합법적으로 합병되도록 하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무능한 경영진의 퇴출을 유도하는 경영자시장, 채권회수를 위해 경영감시를 게을리 할 수 없는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가 있다.

그러나 재벌에게는 이런 내·외부적 통제장치가 거의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불과 5~10%의 지분을 가진 재벌총수와 가족들이 계열사 상호출자를 통해 높은 내부지분율을 확보, 주총과 이사회를 장악하고 전횡을 해온 것이다. 이런상황 속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전문 전영인이라도 오너에 얽매일 수 밖에 없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런 불합리한 의사결정 시스템으로는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도 재벌개혁의 칼을 빼든 가장 큰 명분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이제 시장과 투자가, 국민의 편에 서서 재벌기업의 투명경영을 담보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온 힘을 쏟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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