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가슴으로 듣는 소리

일명 에밀레종(鐘)에 서린 전설. 모든 백성이 대종을 만들기 위해 너도나도 성의를 표시하는 데 가난한 젊은 과부는 내놓을 것이 없었다. 고심을 거듭하다 유일한 핏줄인 아들을 내놓는다. 4명의 종 만드는 장인은 끓는 쇳물속에 어린이를 던져넣어 지성을 다해 종을 빚었다. 수십차례의 실패끝에 완성한 이 종은 어린이의 염력이 배었음일까. 종을 두드릴 때마다 '에-밀-레, 에-밀-레'하고 울었다. 어머니를 부르는 아련한 어린이의 목소리가 실렸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오묘함이 에밀레종의 신비라고 한다.

에밀레종 소리의 신비를 풀려는 노력은 거듭돼 왔다. 지난 80년대 후반 당시 서울대 명예교수 염영하 박사(기계설비학)는 진동수로 신비의 실체를 풀려고 했다. 에밀레종은 1초에 진동수가 65번.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오대산 상원사종의 102번에 비해 37번이나 적은 것을 밝혀냈다. 진동수가 적으면 파장이 길어 소리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과학적 주조법을 우리 조상들은 1천200년전에 이미 깨쳤다는 증명 아닌가.

이번에 배명진 교수(숭실대)가 '성덕대왕(신라 34대) 신종(神鐘)의 소리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사람 목소리 주파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고 한 발표는 또다른 실체접근이다. 에밀레 종소리가 중년남자의 목소리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 배 교수의 연구핵심. 배 교수의 분석은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주파수 성분중 66㎐ 성분은 지하로 전달되고 166, 360, 477㎐ 성분이 멀리 있는 사람에게 도달한다. 이 종소리의 기본이 되는 주파수인 166㎐는 사람의 목소리 주파수 150㎐와 비슷해 편안하다는 것이다. 구미 동락공원에 올해 설치한 구미전자신종을 제작한 배 교수는 에밀레 종소리가 사람의 목소리로 응답하는 듯한 친근함과 정다움을 느낀다는 설명. 천년의 신비가 가슴을 울린다는 소리다.

가슴으로 듣는 소리, 마음의 밑바닥을 울리는 감동의 소리, 메시지 전달은 없을까. 자고나면 말이 바뀌는 잡음의 세상에, 해본소리다.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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