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지도층의 위기

◈허무한 먹물의 도덕

우리의 지도층은 이토록 허무했던가. 일부는 경제를 일으키고 또 일부는 민주주의를 가져와 우리나라를 준선진국 대열로 올려놓았던 지도층들이 이토록 자신에게는 무책임 했단 말인가. 소위 기득권층에 속하는 지도층은 이미 병역 납세 등 국민의 기본의무나 부정부패 등으로 국민의 눈밖에 나버렸고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였던 신참지도층은 이제 성문제나 이중성 등 도덕성이라는 잣대에서 국민의 눈밖에 나버렸다. 시민운동가의 성추행이나 386세대의 광주술판 사건 등이 그것이다.

특히 시민운동은 그래도 유일하게 우리에게 신뢰를 받았던 영역이었는데….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올 위에서부터 아래(Topdown)사회에서 아래로부터 위로(Bottomup)사회를 이끌 영역으로 꼭 필요한 존재인데 이렇게 상처를 받은 것이다.

◈누가 지도층인가

유럽의 운명을 걸었던 워털루전쟁에서 승리한 웰링턴장군은 귀국회견에서 "오늘 대영제국의 영광을 가져온 것은 영국 귀족의 의무이다"고 했다. 영국을 살린 귀족이 영국의 지도층이었다. 그리고 그 전통이 영국왕자의 포클랜드 전투참가 등으로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의 화랑이나 조선의 선비가 지도층이 아니었겠는가. 그들이 삼국을 통일하고 나라를 유지발전 시켰던 것이다. 그 전통을 이은 우리의 지도층은 누구일까. 아무래도 지식인그룹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접근하는 것 같다. 교수,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문화인, 행정가, 법조인, 시민운동가등등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느 하나 성한 그룹이 없다. 정치인들은 정경유착·부정부패등으로, 교수는 권력지향·사대적 학문경향 등으로, 언론인은 권력과 금력에 약한 모습때문에, 법조인은 유전무죄(有錢無罪)의 흠으로, 기업인은 IMF관리체제라는 경제위기 초래로, 행정가는 거짓말 때문에, 시민운동가는 성추행 등으로 상처를 입은 것이다.역사에서 소수 엘리트의 역할은 언제나 주도적이었다. 정보화시대와 더불어 시대흐름이 개인의 시대, 대중의 시대로 바뀌었다해도 엘리트나 지도층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도층의 타락과 붕괴는 국가의 불운이자 역사의 불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싫든 좋든 지도층을 살리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는 바로 지도층의 반성과 동시에 출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우리의 지도층은 장점도 많지만 단점으로는 대체로 거짓말에 능숙하고 자기주관이 약하며 동시에 사대주의적 요소가 많고 또 위선적이며, 권력지향적이며 연고주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 한 예가 IMF 경제위기이전 기아처리때 보여준 지식인의 위선이다. 마땅히 처리되어야 할 기업을 국민기업도 아닌데 국민기업이라고 우기며 처리를 늦잡치게 해, 경제위기 초래의 한 요인이 되게 한 것이다. 특히 거짓말이 허용되는 사회는 정보화의 진행과 더불어 언젠가는 악으로 규정되지 않을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거짓말에 물들어 있나 하는 것은 이제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하지않고 말바꾸기라 하고 있다. 정계은퇴한 박준규 전국회의장이 한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쓴 회고록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는 지적은 참으로 우리사회가 얼마나 거짓으로 물들어 있는 지를 잘 말해주는 증거라고 보겠다

◈새로운 관행과 가치를

옛날 우리의 관행은 어떠했는가. 조선시대는 양인개병(良人皆兵)이라하여 양반은 숫제 병역은 면제였던 것이다. 우리의 지도층은 부와 권력과 명예만 누린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는 것이다. 오늘의 지도층은 이 범주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 국민의 기본의무인 병역과 납세에서 우선 자유롭지 못하다. 과거 잘못된 양반식 지도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정보화라는 새로운 시대이다. 새로운 관행이 만들어져야하고 새로운 가치와 문화가 만들어져야한다. 이것이 오늘 우리 지도층인 먹물들에게 지워진 역사적 소명인 것이다. 자신이 깨끗하지 않고 어떻게 남을 리드 할 수 있을 것인가. 공자의 말씀인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정말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터넷이라는 민(民)의 소리는 바로 오늘의 권력이자 심판이다. 문자 그대로 국민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를 깨닫지 않으면 마땅히 지도층은 역사의 주역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그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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