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교육부장관이 31일 대구와 경북 교육청을 방문했다. '초도 순시'였지만 최근 광주 술자리 파문으로 난처한 탓인지 행사는 단촐했다. 시·도 교육청의 업무보고를 듣고 대구 경상중, 경산 와촌초등을 방문한 것이 전부.
하지만 짧은 일정 속에서도 문 장관의 태도는 시종 진지했다는게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의 전언. 오전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이 '학자 출신' 장관다웠다.
그러나 보충·자율학습 부활, 모의고사 허용 등 뜨거운 문제에 대한 장관의 답변은 원론에서 맴돌았다. 현장의 심각한 상황은 모른다는 듯 "일부 학부모들의 반대는 있지만 개혁을 위해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를 시작한 지 10분이나 채 됐을까. 열심히 이야기하는 장관의 말꼬리를 붙잡고 대구시 교육청 공보관이 나섰다. "장관님 다음 스케줄이 워낙 촉박하니 이쯤에서 마치자"는 것이었다.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숱한 문제는 물론 과외 허용 이후 위기에 놓인 지방 교육, 농어촌 학교 통폐합 부작용 등 서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도 바쁜 일정에 묻혔다.
자리에서 일어난 장관이 급히 자리를 옮긴 곳은 시교육청 현관 앞. 교육청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서였다. 뒤에 들은 이야기는 더했다. 장관을 수행한 교육부 공보관이 일정표를 보고 시교육청 공보관을 나무랐다는 것. "왜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만들었느냐"는 이유였다. 학교방문, 학부모 면담 등 이어진 행사가 어떻게 진행됐을지 뻔한 일이다.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문장관의 '돌출발언'에 대한 우려나 술자리 파문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은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정작 교육부가 듣는 가장 큰 비난이 "현장의 소리를 외면하고 공허한 정책만 내놓는다"는 사실에 왜 귀기울이지 않을까.
"교육부장관 귀는 당나귀 귀"라는 얘기가 전국 학교에 번져도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하게 눈과 귀를 막는 공직사회의 오랜 병폐를 재삼 보게 돼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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