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방 담배사 후진국 무차별 공략

후진국은 선진국 기업들의 밥인가? 자기 나라에서 소비량이 줄어들자 담배회사들은 후진국에서 더 많은 흡연자를 만들기 위해 어린 학생까지 유혹하고 있다. 자기 나라에서 견디기 어렵자 오염 공장들을 모조리 후진국으로 옮겨 놓은 뒤, 환경 정화시설까지 덩달아 팔아 먹는다.

◇비인간적 담배 장사=WHO(세계 보건기구)는 '세계 금연의 날'이던 어제 방콕에서 보고서를 발표, 서방 담배회사들이 아시아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 흡연을 부추김으로써 인류건강에 시한폭탄을 설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WHO 동남아 사무소의 우턴 라페이 소장은, 거대 담배회사들이 선진국의 담배 소비가 감소하자 개도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서, "이때문에 동남아 경우 세계에서 두번째 높은 흡연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담배회사들이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서 담배 소비를 늘리기 위해 니코틴 함량이 선진국 허용 기준치 두배를 넘는 담배를 판매한다는 것. 또 청소년 흡연을 유도하기 위해 학교 인근에 옥외 광고탑을 설치하고 각종 청소년 행사를 후원하는 등 선진국에서는 금지된 판촉기법을 무차별적으로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할렘 브룬틀란트 WHO 사무총장은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새 흡연세대를 창출하기 위해 제3세계에서 미디어를 이용한 대대적 판촉 공세를 펴고 있다면서, 담배 광고를 막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없을 경우 지구촌은 폭발적 흡연인구 증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탓에 말레이시아 경우 매일 50명의 새 흡연자가 생겨나고 있으며,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18.2%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세계 흡연인구 12억 중 1/5이 있는 인도 경우, 매년 60만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숨지고 있다고 WHO 보고서는 밝혔다. 그런데도 담배회사들의 적극적인 판촉공세로 매년 5만5천명의 인도 어린이들이 담배에 새로 중독되고 있다면서 "담배업계가 의도적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매년 담배로 사망하는 사람들 가운데 1/3이 제3세계 국민들이며, 2020∼2030년에는 전세계 흡연 사망자가 매년 1천만명에 이르고, 그 중 700만명이 개도국 국민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 경우 2020년쯤엔 매년 200만∼300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됐다.

브룬틀란트 사무총장은 "현재 금연운동의 가장 강력한 장애는 서방 담배업계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라고 말했다.

◇오염시킨 뒤 처리시설 팔아=스웨덴 말모에서 열리고 있는 UNEP(유엔환경계획) 포럼에서 튀니지 환경장관은 지난 30일 "부국들은 빈국들에 대한 오염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선진 공업국들은 빈국의 느슨한 법률을 이용해 그곳으로 오염물질 배출 공장을 재배치, 개도국에 오염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그 뒤엔 빈국에 값비싼 공해방지 시설들까지 팔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포럼에는 80개국 환경장관과 수십개 NGO(비정부기구) 및 업계 지도자 등 약 600명의 환경 관련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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