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중국 등 세계 3대 강대국의 외교경쟁 틈바구니에서 인도가 새로운 '캐스팅 보트'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4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나라야난 인도 대통령을 맞이하는 중국측 태도는 어느때 보다 우호적이다. 방중 명분은 양국 국교수복 50주년 기념식 참석.
1962년 국경전쟁 이후 38년간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던 양대 인구 초강대국의 화해 움직임은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 역학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인도의 실상=10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을 가진 것이 무엇 보다 큰 힘이다. 전체적으로는 가난하다지만, 한국 최상류층에 맞먹는 부유층만도 한국 전체 인구 보다 많은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여기다 2년 전엔 핵실험에 성공, 핵 보유국 대열에 올랐었다. 최근엔 정보기술(IT) 산업의 신흥메카로 급부상했다. 뛰어난 영어 구사 능력과 컴퓨터 기술을 갖춘 인도의 젊은이들은 이미 미국 실리콘 밸리 신화의 주역으로 자리잡았다.
◇3국 동맹의 가능성=중국과의 관계개선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3국동맹'으로 발전할 것인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것은 1998년 12월 당시의 프리마코프 러시아 총리가 미국 패권주의 저지를 위해 중국·인도에 제의해 관심을 모았었다.
세계인구의 40%를 차지하는 25억 인구와 3국이 보유한 핵무기 등을 고려할 때 '3국동맹'은 미국에 커다란 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말 인도는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어서, 3국동맹의 한 축은 이미 형성된 셈. 러시아는 인도가 보유한 전투기·탱크·군함의 70% 이상을 제공해 온 최대 무기 공여국이자 전통적 우방이다.
◇미국의 구애='3국동맹'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미국은 더 적극적으로 인도와의 외교정책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클린턴 미 대통령은 남아시아 방문 일정의 대부분을 인도에서 보냈다. 그동안 미국의 우방이었던 파키스탄에는 단지 몇시간 머물렀을 뿐.
또 핵실험에 대한 국제적 비난에도 불구, 클린턴은 오히려 제재조치 해제, 원조 및 경제협력 강화 등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인도가 원하지 않을 경우 카슈미르 분쟁 중재역할을 맡을 의사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 변화에는, 급성장하고 있는 '10억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경제적 이해관계 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는데 인도를 이용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때문에 중국은 "남아시아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을 중국과 러시아는 주시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 민감함을 반영했다.
◇인도·중국 관계 전망=나라야난 인도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서 두 나라는 1950년에 합의했던 '다극적(多極的) 세계질서 확립' 등 기본원칙에 재합의했다.
하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전략적 동맹관계로 발전하기까지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최대 이슈는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4천500km 국경선에서 전개되고 있는 국경분쟁.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중국의 주장과, '적국'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중국이 지원했다는 인도의 비난 역시 껄끄러운 부분. 인도 북부에 자리잡은 티베트 망명정부를 둘러싼 중국의 불만도 해결 과제이다.
경제협력은 이같은 양국 갈등을 완화시켜 줄 촉매제가 될 전망. 양국 교역량은 현재 10억달러 수준이지만, 실용 정책이 추진될 경우 폭증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결국 인도는 미·중·러 3국 외교를 통해 최대한 실리를 얻으면서 국제사회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균형추 역할을 상당기간 즐길 것으로 보인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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