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베이런에 있는 '폴링 워터(낙수장)'는 지금까지도 건축가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36년에 지은 이 건물은 각 부분이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건물의 목적에 꼭 들어맞는 세련된 형태·선·색채를 자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빼어나기 때문이다. 에리히 멘델존에 의해 1920년에 세워진 독일의 '아인슈타인탑'도 표현주의자들의 조각품과 같은 뛰어난 건축물로 손꼽힌다.
세워놓은 상자 모양의 콘크리트 숲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조형감각이 돋보이는 건축물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으며, 도심의 어디에서나 '환경조형물'로 불리는 조각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1985년에 대형 건축물을 새로 지을 경우 공사비의 일정비율(1%)로 환경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95년에는 의무화하면서 부터였다.
그러나 조형물 설치에 따른 부작용과 잡음이 심심찮게 일어 왔다.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조악하고 격조없는 조형물들이 오히려 도시 미관을 헤치는 경우마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흉물스러워 '안 볼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까지 나왔으며, 미술품 설치를 둘러싼 잡음이 잇따르기도 했다.
조형물 설치를 둘러싸고 20여억원의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조각가·건축주·건축심의위원·공무원 등 20여명이 수원지검에 적발된 비리가 불거져 또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들은 설치 금액의 25~40%나 주고 받아 부실 미술품을 양산해 왔으며, 건설업체들은 조각가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수억원씩의 비자금을 조성해온 것으로도 밝혀져 소문만 무성하던 이 분야의 '비리 사슬'을 실감케 한다.
건축물 자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아름다운 환경조형물 삭막해지기 쉬운 현대인의 정서에 윤활유가 되고 삶의 여유를 갖게도 해 준다. 나아가 이젠 건축물 자체로써 예술작품의 기능을 할 때가 되기도 했다. 한 나라의 문화는 박물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이 척도가 되지만, 도시의 환경은 그 시대의 '움직이는 미술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검은 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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