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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리뷰-현대사회와 소비

소비는 현대 산업 사회의 전형적 소유 형태이다. 소비는 사람들이 일단 욕망의 대상을 확보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것을 빼앗길 걱정이 없다는 안도감을 준다. 그러나 소비의 유혹은 한이 없다. 하나의 물건을 소비할 때 얻게 되는 만족감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소유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현대 사회는 재산을 취득하고 유지하고 증식하려는 소망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재산을 가진 자들은 찬양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재산이 많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도 재산을 소유하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조금은 가지고 있는 법이다. 그들도 보잘것없는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며,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궁리하고 있다. 이처럼 소유와 소비에 집착하는 데는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인류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언제나 요즘처럼 자기만의 소유물에 깊이 집착하여 소비하려고 안달을 했던 것은 아니다. 사유 재산에 대한 집착이 자리잡은 후에도 극히 최근까지, 소유한 물건은 무엇이나 소중히 보존하고 돌보았으며 쓸 수 있을 때까지 사용했다. 그 때 구매는 보존을 위한 구매였으며, 이 때의 표어는 '오래 된 것이 아름답다'라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오늘날은 보존보다는 소비가 일방적으로 강조되며, 구매는 '쓰고 내버리는'구매가 되었다. 사는 물건이 자동차이건 옷이건 학용품이건 그 무엇이든 간에 얼마동안 쓰고 나면 싫증이 나서, 어떻게 하면 낡은 것을 처분하고 새것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몰두한다. 취득, 잠정적 소유와 사용, 내버림, 새로운 취득 등 이런 과정이 소비자 구매의 순환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표어를 '새로운 것이 아름답다' 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대의 인간은 왜 물건 사기를 좋아하고 소비하기를 좋아할까? 그리고 왜 산 물건을 오래 아끼지 않을까? 현대인들의 소외된 삶과 사회의 시장적 속성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물건 자체를 아끼는 소박한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단지 그 물건이 주는 위엄이나 위안에만 집착한 뿐이다. 이와 같은 가치관으로 볼 때, 모든 물건은 단지 소비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자체만을 위한 소비는 대상에 대한 무제한의 권리를 주는 대신 다른 소중한 것을 빼앗는다고 볼 수 있다. 맹목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물건을 소중히 간수하거나 생산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유와 소비의 과정에서 사람과 물건 사이에 살아 있는 관계, 즉 생산적 관계는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소유자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다시 생각해 보면 물건이 사람을 소유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재산과 이윤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힘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 낸다. 자기 것을 지키며 다른 인간을 지배하고 그들의 방해와 저항을 막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소유와 소비의 양식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힘의 우위를 유지하며 정복하고 빼앗고 죽이는 능력이 있어야 행복해진다는 의식이 숨어있다. 진정한 행복이 사랑과 공유 및 베푸는 행동에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게으르며 수동적이므로 물건의 매혹이나 배고픔, 또는 징벌의 두려움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대 사회의 교육과 작업 방식의 근저에는 이런 사고가 깔려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생물적 충동이 소유와 소비를 부추기지만, 이기심과 나태함이 사람의 유일한 본성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람은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음으로써, 이기주의의 감옥에서 벗어나려는 욕망 또한 갖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베풀고 나누려는 욕구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려는 의지는 아직도 교육자, 성직자, 사회 사업가, 각종 단체의 자원 봉사자 등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다. 또 헌혈을 자원하는 사람들에게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를 적극적으로 희생하는 인간의 숭고한 사랑을 보게된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대인은 물질 문명과 소비 지상주의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잃어 가고 있다. 작아진 현대인은 소비하고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그래서 소외된 삶의 갖가지 형태가 나타난다. 현대의 모든 체제는 관료 체제를 닮아가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끝없는 복종과 거대한 기계의 한 톱니가 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은 정치 선동가와 대기업의 광고 선전에 끌려 다니고, 소비와 소유에 눈멀어 존재의 위기에 다가서고 있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은폐하려고 한다.이러한 현대인에게 주체적인 삶의 문제는 중요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인류가 평화와 안녕을 되찾는 길은 소비와 소유의 물결에서 벗어나 참다운 자세로 살아가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물질적 만족보다 더 값진 것은 사람들 사이의 유대 관계와 화해, 욕망의 절제 등으로 얻는 정신적 만족이다. 이제 우리는 소비의 물결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건의 관계를 살아 있는 관계로 보려고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실한 노력에 의해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누군가가 세상을 바꾸어 주리라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작은 노력이 큰 결실을 거둔다는 믿음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합리적인 소유와 소비를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45차 문제 최우수작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러 다른 나라로 간다. 대학을 졸업하면 유학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유학이 필수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유학생의 수가 많아지면서 문제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이 가니까 나도 간다는 식의 유학은 국가적으로 불필요한 지출만 늘였다. 또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일부 유학생들의 생활은 여러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유학생들로 인해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도 같은 부류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시된 현해탄이라는 시에서 묘사된 유학생들의 모습과는 많은 다른 모습이다.

(1)그렇다면 공부하러 다른 나라로 간다는 사실은 똑 같은데 왜 이렇게 그 모습은 변하게 되었을까. 마음가짐의 문제이다. 일제치하라는 상황과 지금은 공부하러 떠나는 마음이 같을 수만은 없겠지만 시대가 다르다고 하여 낭비적이고 향락적인 유학 생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시대에나 외국으로 공부하러 떠나는 유학생들의 마음가짐은 같아야 한다. 그들은 가서 배우고, 배운 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그들이 공부하러 떠나갈 수 있는 것은 국가의 부를 바탕으로 지출되는 돈이 있기 때문이다.

(2)유학생들은 어떠한 마음을 가져야 할까.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 마음은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첫 번째로 절제하는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외국인들을 보고 그 나라 전체를 낮게 평가했던 경험을 한 번쯤은 가지고 있다. 또 부모님을 공경하는 사람들은 예의가 바르다. 자신의 행동이 부모님께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것과 같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안다. 자연히 조심스럽고 절제된 생활을 하게 된다. 요즘 매스컴에 보도되는 국제 망신적인 행동들도 그들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불가능했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학업 정진의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자신이 배운 무엇인가로 사회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은 그들을 공부하도록 만들 것이다.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 이것이 바로 나라 사랑의 마음이다. 세 번째로 비판적인 문화 수용 능력을 가지게 한다. 유학을 다녀온 후 소위 외국물을 조금 먹었다고 그 나라의 문화 신봉자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 나라의 것이라면 우리 나라의 현실에 맞든지 맞지 않든지 무조건 따르려고 한다.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판적으로 우리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만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들이 배워 온 좋은 관습이나 문화들은 우리의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러한 행동들을 유발한다. 유학을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좀더 나은 것을 배우고 앞선 문화를 받아들여 우리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간다. 배우러 가는 이들은 먼저 마음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내에 돈이 많아서 외국에 나가 흥청망청 쓰기 위해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무엇을 배우기 위해 공부하러 떠난다.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면서 이러한 마음의 자세를 가질 때 그들은 행동 하나에 국가적 체면을 생각하고 우리의 실정에 맞는 공부가 무엇인지를 알고 공부하게 될 것이다. -문미정(성화여고 3학년)

---45차 문제 총평

이번 논술 문제는 1930년대의 시인 임화의 '현해탄'의 일부를 보고 현재 우리 나라에서 해외로 공부하러 떠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논술하라는 문제였다. 사실 1930년대에도 일본에 공부하러 떠나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유형이 있었다. 집이 부유하여 단순히 출세 지향의 수단으로 떠나가는 사람들도 많았고, 민족적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단순히 해외 문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오늘날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화는 많은 유학생들 가운데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만을 진실한 우리 민족의 일부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타락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은 우리 민족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물론 현실과 주장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에는 사실로의 현실과 당위적으로 되어야 하는 현실과의 차이점이다.

이번 논술 문제에서는 성화여고 3학년 문미정 학생의 글을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학생의 글은 문제에 대한 이해가 좋고 전체의 글도 짜임새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주제문이 없다. 논술에서 주제문을 제대로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본론에서 문단 주제문도 좋지 못하다. 밑줄친 (1)과 (2)는 각각의 문단에서 문단 주제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주제문 쓰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주제문은 한 문장의 긍정문으로 단일한 내용을 써야 한다. 학생의 글은 두 문장으로 각각 쓰여 있다. (1)의 경우는 '다른 나라로 공부하러 가는 사실은 같은데 지금은 일제 때와 마음가짐이 다르다' 정도로 (2)의 경우는 '유학생들은 기본적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의 정도로 쓰는 것이 더 낫다.

---47차 문제

문제:다음의 글 중 가)는 이광수의 '무정' 가운데 일부이고 나)는 황종국의 '민간 의술의 유용성과 과학적 검증' 중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가)를 쓴 이광수는 당시 개화파의 대표적인 작가였다. 당시의 식민사관에 바탕을 두고 민족적 열등의식을 과장된 문장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나)는 현재 판사로 재직하고 있는 황종국의 글이다. 나)에서는 민족의 자긍심이 넘치는 태도로 서술되어 있다. 우리 국토와 민족에 대한 선민의식이 가득차 있다. 그는 이러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인 민간의학을 서양의학과 다르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적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타개해 나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현재의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제대로 점검하는데 있다. 가)와 나)의 견해를 참고하여 현재의 무한 경쟁의 시대를 올바르게 살아가는 바람직한 자세를 논술하라.

가)그네는 과연 아무 힘이 없다. 자연의 폭력에 대하여 누구라서 능히 저항하리요마는 그네는 너무도 힘이 없다. 일생에 뼈가 휘도록 애써서 쌓아 놓은 생활의 근거를 하루밤 비에 씻겨 내려보내고 말리만큼 그네는 힘이 없다. 그네의 생활의 근거는 마치 모래로 쌓아 놓은 것과 같다. 이제 비가 그치고 물이 나가면 그네는 흩어진 모래를 긁어모아서 새 생활의 근거를 쌓는다. 마치 개미가 그 가늘고 연약한 발로 땅을 파서 둥지를 만드는 것과 같다. 하룻밤 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발발 떠는 그네들이 어찌 보면 가련하기도 하지마는 또 어찌 보면 너무 약하고 어리석어 보인다.

그네의 얼굴을 보건대 무슨 지혜가 있을 것 같지 아니하다. 모두 다 미련해 보이고 무감각해 보인다. ― 이광수의 '무정'중에서

나)우리 나라는 국토의 8할이 산이다. 산은 기운이 뭉쳐진 곳으로, 그 모습은 뇌의 주름살과 비슷하다. 우리 나라는 땅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기운이 강한 산이 8할을 차지한다. 기후도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정연하여 사시사철의 6기(氣)가 때를 따라 완벽하게 운행하는 곳임을 보여 주고 있다. 지리적 모양새나 기후를 보아서도 우리 나라는 양기가 매우 강한 나라인 것이다. 양기는 하늘의 기운이므로 우리 나라는 천기를 많이 받는 나라이다. 우리 나라의 이름이 한국, 즉 '하늘 나라' 또는 '하느님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점도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양기가 강한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음식물이 가장 맛이 있고 한약제가 가장 약효가 뛰어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늘은 우주의 진리이다. 그러므로 하늘 기운을 많이 받은 우리 나라에는 우주의 진리를 깨친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상고 시대에는 우리 나라에 완전한 진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되돌아오는 때가 지금 이 시대라고 한다. 물론 그 동안 인구가 많아지고 사람들의 욕망이 점점 커지면서 인간이 완전한 진리로부터 스스로 떨어짐으로써 진리가 무엇인지조차 애매해져 버렸지만, 그것이 원점으로 되돌아오면서 다시 진리가 스스로 밝혀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축적된 민간 의학은 그 과학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재의 치료에서 그 효능이 입증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 나라의 민간 의술은 우리 나라가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황종국의 '민간 의술의 유용성과 과학적 검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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