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땜질 처방 경제 혼란 부추긴다

정부는 최근들어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의 속타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투신권 불안은 증시위축, 자금경색, 현대사태 등으로 번져나가고 거시경제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기의 근본을 제거하는데 주력하는게 중요하다. 비원칙적 정책을 남발하면 경제시스템 자체를 훼손시켜 적지않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 탈세포착 위한 정책 후퇴

재정경제부는 2400cc 이상의 고급승용차 구입자료의 국세청 통보방안을 철회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다음주중 차관회의에 상정해 확정할 방침이지만 철회가능성이 높다는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이는 산업자원부와 외교통상부가 통상마찰 가능성을 이유로 재경부에 철회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재경부는 공평과세의 근거자료 화복를 위해 공공기관이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과세자료의 범위를 정한 '과세자료 제출 및 관리법 시행령'을 지난달 15일까지 입법 예고했으며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시행령에는 별장, 고급주택, 고급선박, 예술품, 신용카드 대금결제 명세서 등과 함께 고급 승용차도 포함돼 있다. 이들 자료는 고소득자들의 탈루혐의를 포착하는 기본자료로 활용한다는게 재경부의 방침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당한 압력에 굴복했다.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정부가 통상마찰에 따른 자동차 수출감소를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외국의 요구를 너무 쉽게 수용한 것이다.

박봉의 봉급생활자들로부터는 완벽하게 세금을 거두는 정부가 고소득자의 탈루혐의를 포착하는 기초작업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외국을 설득해 관철시켜야 한다는게 조세학자들의 지적이다.

◆투신사 비과세 상품 허용

정부는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되자 다음달부터 투신사에 비과세상품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투신사들이 투자가들의 자금을 끌어들여 증권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사들이면 주가상승과 금리하락에 기여할 것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조세형평을 깨트릴 뿐아니라 그 실효성마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1인당 2천만원씩 5인가족 1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의 이자가 완전히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되지 않아 금융기관간, 저소득.고소득자간 불형평성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고액 재산가들이 덜내는 세금은 결국 국민 모두가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의 세금까지 대신 내야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책임전문경영인체제 지원

정부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책임전문경영인체제 확립을 위해 금융.세제 지원에 나서기로 하고 부처별로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는 형평에 어긋난다는 견해가 많다.

이 체제를 정착시킨 기업은 자금을 빌리는데 상대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지원은 이중적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말에 민간차원에서 마련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이 체제 확립여부의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외이사제, 감사위원회, 집중투표제 등을 도입하거나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해 선진적 지배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이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결국 재벌사 등 대규모 기업들은 금융.세제지원까지 받는데 비해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지원에서 소외된다. 정부가 그동안 외쳐왔던 공정경쟁을 망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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