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자정이 가까운 시각. 영양파출소 한쪽 구석에 앳된 얼굴의 초등학교 여학생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이 여학생은 지난 해부터 영양읍내 빈집과 상가에 들어가 물건과 돈을 상습적으로 훔쳐온 김모(11.ㅈ초교 6)양.
빈집과 학교 교실, 교사의 호주머니와 상가 등 이 여학생의 도벽은 10여차례나 계속됐다.
부모님들은 농사 일에 김양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또 학교 선생님들도 거세지는 농촌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속에 김양을 돌보지 않았고 친구들마저 김양을 외면했다.
김양의 도벽은 지난 해 3월 오락실에서 1천원을 훔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과 올초엔 선생님의 호주머니에서도 돈을 꺼냈다.
가정의 달 5월. 한달동안 김양은 6∼8차례나 빈집과 상가에 들어가 돈과 물건을 훔쳤다.
특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이 동기와 부모들과 어울려 재잘거릴 시간인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 도벽으로 채워갔다.
"용돈이 필요했어요. 훔친 돈으로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오락실에 함께가는데 썼어요"
김양은 고개를 숙여 흐느꼈다. 돈을 주면서라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김양은 영농철 농촌현실과 공교육의 문제점, 사회적 무관심 등이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영양.嚴在珍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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